천주교 신도 “고 조비오 신부와 5·18 헬기 사격 목격”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7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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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군 상황실장 "전일빌딩 향한 헬기 사격 봤다"
"1980년 5월27일 새벽 계엄군 도청 진입 직전"
또 다른 증인 "헬기서 로프타고 계엄군 내려와"

39년 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고 조비오 신부와 함께 성당 앞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는 7일 오후 2시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간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시민 3명이 증인으로 출석, 그날의 기억을 증언했다.

1980년 5월 광주 호남동성당에서 사도회 일을 했다는 증인 이모씨는 “5월21일 오후 1시가 넘은 시각 성당 정문 앞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 성당 인근 동구 불로동다리 상공에서 헬기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탕탕탕탕’ 하는 소리도 들렸다. 일반 총소리와 달랐다. 빨간 불빛도 봤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성당에 있던 고 조비오 신부도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조 신부와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목격 이후 무서워서 성당 신협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장면을 목격한 조 신부께서 ‘이리 좀 와 보소’라며 나를 불렀다. 또 ‘헬기에서 기총 사격을 하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이 씨는 “조 신부께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고 조 신부와 같은 장소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이다.

5·18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 씨는 “1980년 5월27일 오전 4시께 헬기 기총 소사가 끝나고 5분에서 10분 뒤 공수여단이 시민군이 자리하고 있는 도청(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으로 들어왔다. 앞선 헬기 사격은 전일빌딩을 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시민군을 경계 배치하는 과정에 경광등 같은 빨간 불빛과 함께 기총 소사 장면을 목격했다. 헬기의 고도는 전일빌딩 높이로 보였다. ‘드르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같은 날 새벽 도청 안에 있던 다른 시민군도 헬기 사격을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전남대 학생 신분으로 총기 회수 업무를 담당했다는 증인 김모 씨는 “도청 쪽문 주위에서 소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섰다.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공격이 시작된 뒤 도청 상공에 나타난 헬기에서 군인이 로프를 타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하강하던 군인이 총을 쐈는지 헬기에서 직접 발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와 함께 경계 근무 중이던 친구가 헬기 쪽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김 씨는 “도청을 비우고 도망갈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기록을 남겨야 했다”며 계엄군의 진압 작전 개시 소식을 듣고서도 도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전 씨는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 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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