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전에 그친 북미 협상…“+α 내놓으라” 본격 힘겨루기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7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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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새 방법 제시해" vs 北 "역스러운 협상"
北, 영변+핵동결로 한미훈련·제재 요구 관철 시도
美, 대북제재 '지렛대' 활용…완화 가능성 낮아

북미가 하노이 노딜 이후 7개월 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무협상 종료 후 미국은 1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밝혔으나, 북한은 미국 측이 ‘구태의연한 태도’로 실무협상에 나섰다고 비판하며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양측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합의에 기반한 ‘적대 극복’ 방안 마련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여전히 ‘계산법’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해를 넘기기 전에 교착 국면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북미 양측의 공식입장을 종합할 때 미국 측 대표단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에 관한 구체적인 카드를 회담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6일, 협상 결렬에 대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 입장을 고집하였으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실무협상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 4개 조항을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계획들을 제시했다고 밝혔으며, 나아가 실무협상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상반된 평가를 냈다.

북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관계 설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노력하자는 선언적 합의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어 올해 2월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열어 연락사무소 등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노력 차원의 이행 방안에는 의견이 모아졌으나, 비핵화 범위와 상응조치 수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7개월 만에 재개된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연락사무소 문제 등 기존에 일정 수준 합의에 이르렀던 의제를 우선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를 시작한 다음 추가적인 실무협상에서 북한 측이 내놓는 비핵화 방안을 봐가며 등가교환 카드를 꺼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방식의, 이른바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 폐기 약속을 확실하게 받고, 이를 담보할 상응조치를 원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이 먼저 플러스알파(+α)를 내놓아야 비핵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이번 실무협상에 앞서 지난달 16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담화에서 “우리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先) 체제 안전 담보 후(後) 비핵화 논의’라는 자신들의 협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이번 외무성 담화에서도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며 미국의 선제적 행동을 촉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한 데 이어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은 올해까지라고 밝혔다. 이는 인민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내년 신년사에 대미(對美) 협상 관련 내용을 포함해야만 한다. 내부에 선전할 수 있는, 하노이 노딜을 만회할 결과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불가역적으로 철회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는 ‘실제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α로 핵 프로그램 동결 카드를 내밀 거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는 한미 연합훈련의 ‘지속적 유예’와 민생 분야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비핵화 입구 단계에서 한미 연합훈련 유예와 유엔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수용할 경우 미 조야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어 받기 쉽지 않은 카드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북한과의 협상에서 핵심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도 포기하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CD)’만 명시했다는 이유로 조야의 비판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이번 협상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최종적인 비핵화 목표를 명시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하노이에서 ‘영변 외 핵시설’ 공개 요구에 난색을 보였던 북한이 비핵화 최종 목표까지 포함한 포괄적 합의에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이번 실무협상에 북한 측 수석대표로 나섰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날 때마다 이번 협상에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고 불만을 표출했으나 “(후속 협상은) 미국에 달렸다”며 대화 불씨를 살려뒀다. 또한 ‘올 연말까지’라는 시한을 거듭 강조하며 미국이 조속히 해법을 찾아올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가 +α에 +α를 덧대며 허들을 높이는 형국인 만큼 실무협상 재개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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