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명길 “北美회담 여부 美에 달려 있어…역겨운 회담 원치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7일 14시 11분


코멘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5일(현지 시간)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7일 오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북한 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동아일보 등 기자들에게 “앞으로 (북-미) 회담의 진행 여부는 미국에 달려 있다”며 “미국이 준비 되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지 누가 알겠는가. 두고보자”고 도발을 위협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해 서우두 공항 3터미널에 도착한 김 대사는 준비된 차량을 향해 걸어가면서 ‘회담에 다시 나올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측에 물어보라. 우리 측은 이번 회담에 대해 매우 역스럽게(역겹다는 뜻의 북한어)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2주일 뒤에 다시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에 대해서도 “미국이 (6월) 판문점 수뇌상봉(정상회담) 이후 거의 100일이 되도록 아무런 셈법도 만들지 못했는데 2주일 동안 만들어낼 것 같느냐.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평양행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우두 공항 2터미널로 이동해서는 “미국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북한 측 당국자들이 경유를 위해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을 때 취재진의 질문에 거의 답을 하지 않던 것과 달리 이날 미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취재진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말투는 차분했으나 언어는 날카로웠다.

다음은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이뤄진 김 대사와 취재진 간 일문일답.

―미국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앞으로 회담이 진행되는가 마는가는 미국 측에 달려있고,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지 누가 알겠나. 두고봅시다.”

―미국이 2주일 뒤 다시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아니, 2주일 만에 다시 온다는게 무슨 말입니까.”

―미국에서 2주 안에 다시 회담을 하자고 했지 않는가.

“미국에서 (6월) 판문점 수뇌상봉(정상회담) 이후에 거의 100일이 되도록 아무런 셈범을만들지 못했는데 두 주일 동안 만들어낼거 같습니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측에서 회담 준비를 많이 했다던데.

“완전히 빈손으로 나왔댔습니다.”

―미국 측이 창의적인 얘기를 했다는데?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미국에 기대하는 바기 있나?

“모르겠다. 미국 쪽에 물어보라.”

―미국의 대안이 새로운 계산법과 차이가 많았나?

“회담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계속 대화할 생각이 있나? 아니면 (협상) 의욕이 다 사라지는 건가?

“회담이 진행되는가 마는가 하는가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

―미국 언론은 북한 측이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왔다고 했는데?

“….”

-체제 안전 관련해서 미국 측의 어떤 제안이 있었나?

“….”

―미국이 어떤 제안을 하면 대화 다시 시작할 수 있는건가?

“미국 측에 물어보라. 얼마나 준비가 되겠는지.”

―어떤 준비를 하라는 건가? 새 계산법은 무엇인가?

“….”

―다시 회담에 나올 생각이 있나.

“미국 측에 물어보라. 우리 측은 이번 회담에 대해서 매우 역스럽게(역겹다는 뜻의 북한어) 생각을 한다.”

―역스럽다는 게?

“사전 찾아보십시오.”

―왜 역스럽다고 생각하나?

“미국 측에 다시 물어보라.”

―새로운 제안이 없었나?

“(서우두공항 2터미널로 향하는 차량에 올라타며) 이제 그만하라. 우리도 갈 길을 가야겠습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