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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에서 ‘부작용 없이 살빼는 약’ 실마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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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에서 ‘부작용 없이 살빼는 약’ 실마리 찾았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10-07 03:00수정 2019-10-07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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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살 빼는 주사’로 잘 알려진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가 비만치료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2015년 미국에 처음 선보인 이 약은 직접 자신의 몸에 주사를 놓는 방식의 주사형 비만치료제다. 몸에 들어있는 혈당조절 호르몬(GLP-1)과 유사한 성분(리라글루티드)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시판된 비만약은 지방 흡수를 막고 밖으로 배출하거나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살을 빠지게 했다. 식욕억제제는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식욕을 떨어뜨려 단기간 효과를 낸다. 하지만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들어 있어 중독 우려가 있다. 독일 크놀사가 개발해 잠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리덕틸(성분명 시부트라민)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져 2010년 퇴출됐다.

제니칼(성분명 올리스타트)처럼 지방 소화효소(라이페이스)를 억제해 섭취한 지방의 70%가량을 배출시키는 약은 신경계를 자극하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 역시 변실금(자신도 모르게 변을 지리는 증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고 지방만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저지방 고탄수화물 음식을 즐기는 사람에겐 효과가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삭센다에 이어 새로운 비만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HM12525A는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과 GLP-1이 이중으로 작용해 혈당을 조절하고 체중을 줄인다. 미국에서 임상 2상을 마쳤고 현재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약은 주 1회만 투여해도 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약물이 혈중에서 분해하면 치료효과가 빨리 떨어지므로 반감기를 늘리는 랩스커버리 기술을 개발해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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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할 새 공격 목표를 찾는 연구도 활발하다. 그 중 하나가 ‘띠뇌실막세포’ 속 단백질인 ‘TSPO’이다. 띠뇌실막세포는 뇌 내부의 뇌실과 시상하부를 연결하는 부위의 세포다.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감지해 식욕을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포 내 어떤 단백질의 작용으로 식욕이 조절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은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 연구팀은 띠뇌실막세포에 식욕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관련 단백질을 관찰했다. 그 결과 띠뇌실막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인 ‘TSPO’가 몸 속 영양이 넘치는 상태에 반응해 지질 및 에너지 대사,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오토파지’ 8월 30일자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TSPO를 조절할 약물도 개발되어 있다”며 “약물을 정확히 띠뇌실막세포에 배달할 수 있는 방법만 개발된다면 차세대 ‘기적의 비만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계를 자극하는 비만 치료제와 달리 심장 발작 등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만을 유발하는 인간 유전자나 지방 세포를 조절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전 세계 100여 개 기관 연구자들은 고혈압과 비만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 8가지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7월 ‘네이처 제네틱스’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과 유럽, 호주 등 17개국의 거식증 환자 1만6992명과 건강한 여성 5만5525명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돌연변이 유전자 중 지질 대사 이상 등 비만을 유발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 유전자들이 과다 발현하면 비만과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이 발생하고 지나치게 적게 발현하면 거식증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대사증후군과 거식증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혁무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팀은 ‘톤이비피’라는 단백질이 백색 지방 세포의 에너지 소비와 지방 분해를 억제해 비만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사람일수록 지방세포 내 톤이비피 단백질이 많다.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톤이비피 단백질을 줄인 실험쥐는 에너지 소비가 활성화돼 지방세포 크기가 감소해 지방간과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질환이 개선됐다. 연구팀은 톤이비피 단백질이 비만을 막고 대사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 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 띠뇌살막세포 ::


뇌 내부의 뇌실과 시상하부를 연결하는 부위의 세포.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감지해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짐.


이정아 zzunga@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비만약#살 빼는 주사#삭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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