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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환경, 개혁 수준으로 바꿔라…전문가들 “대통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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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환경, 개혁 수준으로 바꿔라…전문가들 “대통령 나서야”

뉴스1입력 2019-10-06 10:11수정 2019-10-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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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채우석 방위산업학회 회장, 안영수 한국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 센터장, 최기일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 유형곤 안보경영연구원 방위산업연구실장
우리나라 방위산업을 바라보는 국내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상당 부분 일치한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세계적인 수준의 연관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정부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산업으로 성장 동력은 막힌 상태다.

이 때문에 고착화된 방산 비리 프레임을 넘어서 업계의 연구개발(R&D) 자율성을 강화하고, 해외에서도 먹히는 맞춤형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특히 방위산업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이 아닌 개혁 수준으로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선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리 프레임에 막힌 방산…자율성 확대해 산업 육성해야


LIG넥스원이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천궁’이 발사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방산업체들의 자율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우석 회장은 “40~50년 한국 방위산업이 시작될 때는 정부가 사사건건 관리하며 방산 기업들을 육성·관리하는 정부 통제형 패러다임이 필요했지만, 방산업체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현재까지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며 “기업 자율형 패러다임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질적으로 방산업계를 옥죄는 ‘방산 바리’ 프레임도 결국 정부 통제형 산업구조에서 기인한다. 최기일 교수는 “정부가 방산 비리 프레임을 만들면 수사 기관들이 실적을 내기 위해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채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2011~2017년 주요 방산 비리 관련 재판 결과 무죄율이 50%에 달했는데 일반 형사소송 무죄율 3%를 크게 앞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방산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고 송사가 지난해 9월 기준 165건에 이른다”며 “방위사업 전담재판부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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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과 방산업체 간 소송도 2015년부터 해마다 60여 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방산업체의 소송비는 영업이익서 차감되는 구조”라며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재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사청 역시 내·외부의 과도한 감시 체계에 갇혀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영수 센터장은 “방사청은 감사원, 국가안보지원사령부의 감시를 받고 회사 안에서도 15명당 1명이 내부 감시 인력”이라며 “담당 공무원의 소신·책임 행정에 의한 사업관리가 어려워 방사청은 획득·조달 업무에만 치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방산업체들의 수출과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방사청의 기본 책무 중 하나인 ‘방산 육성과 경쟁력 강화’ 역할은 도외시 하고 있다”며 “방사청이 업체 스스로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인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장기적인 산업 정책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산 원가 문제 해결·과도한 지체상금 등 문제 시급

한화그룹 방산계열사 제공
방산업체를 괴롭히는 정부의 규제 중 대표적인 예로 방산 원가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현행 방산 원가는 업체에서 실제로 발생한 비용자료를 제출하면 정부가 검증해 보상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출 총이익률이 10% 안팎으로 제한돼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이윤을 많이 받아 가기 위해 원가를 높게 책정하려 하고, 정부에서는 이를 조정하려 하면서 갈등이 빈번하다.

채 회장은 “현행 제도하에서 방산 기업들로선 원가를 절감하는 게 손해인데 할 유인이 없다”며 “정부가 이 문제에서만이라도 손을 떼면 업체들이 이윤을 남기며 연구개발은 물론 재투자도 활발하게 되고, 결국 해외 시장에서도 싸울 수 있는 가격경쟁력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안영수 센터장은 “경쟁과 비경쟁 사업을 구분해 경쟁사업에 대해서는 현재의 원가검증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면서 “국내기업과 해외기간업간의 역차별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체상금 문제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체상금은 방산업체가 계약한 날짜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할 경우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일종의 벌금의 성격이다. 자칫하면 수주한 일감보다 더 많은 벌금을 물어야 할 정도로 방산업계를 괴롭혀온 제도다.

채우석 회장은 “열심히 연구개발했지만 기술의 한계에 부닥쳐서 실패를 했다면 이를 딛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일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제대로 검증해 실패를 용인하는 성실수행인정제도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실수행인정제도는 하자가 발생하거나 개발에 실패한 사업이라도 성실히 연구개발을 했다는 게 인정될 경우 업체의 지체상금을 면제해 주고 입찰 참가 제한도 면책해 주는 제도로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기일 교수 역시 “이스라엘, 미국 등은 전력화 과정에서 방산업체들에 100%의 성능을 요구하기보다는 70~80% 수준부터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완벽한 성능을 요구해 놓고, 안 되면 지체상금을 물기 때문에 업계나 정부 모두에게 자승자박이 되고 만다”며 지체상금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유형곤 실장은 “성실수행인정제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고, 만약 문제가 생겨 감사가 진행되면 결국 업체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특정 무기체계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하면 계약 일자를 맞추지 못해도 지체상금을 물리지 않는 국책사업지정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며 “이 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법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전반은 개선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채우석 회장은 채우석 회장은 “방위사업을 둘러싼 이해집단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감시하고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구조”라면서 “결국 규제만 자꾸 늘어나다 보니 A제도를 지키기 위해선 B제도를 어기게 되는 모순들까지 생기고 있어 제도가 누더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국방부 장관도, 방사청장도 아닌 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며 “대통령이 방산 개혁을 위한 컨트롤 타워를 임명하고, 아픔과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실타래처럼 얽힌 이해관계를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맞춤형 무기 나와야…수출 경쟁력을 위해선 대형화 필수적

배면물탱크로 소화수를 투하하고 있는 수리온 산림헬기.(KAI제공)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사업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제기한다. 그 과정에선 결국 기업이 자율성을 가져야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유형곤 실장은 “국내 무기체계 개발은 내수 목적의 국내 소요가 절대적이다 보니 수출은 해외 수요를 봐서 개조하는 형태로 하게 된다”며 “결국 해외 맞춤형 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게 쉽지 않아 경쟁력이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이스라엘처럼 업체가 수출을 목적으로 개발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방산이 구조적으로 수출 산업화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영수 센터장 역시 “수출이 일부 품목에 편중돼 이들 사업이 수주에 실패할 경우 수출이 급감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수출산업화로 안정적인 방산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무기체계 개발 시 수출을 고려한 개발을 추진하고, 수출 마케팅 측면에서는 유망국가들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기일 교수는 “방위사업법 기본 이념에는 투명성, 전문성,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나온다”며 “방산 비리 프레임을 겪으며 투명성을 확보했고, 업체별 전문성도 갖춰가고 있는데 앞으론 대형화·통합화로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성이 방산업계의 트렌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영수 센터장은 “방산 선진국들은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를 달성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싸우기 위해선 대형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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