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靑 “대화 유지에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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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6일 0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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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청와대사진기자단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대화 동력이 더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비록 회담에서 진전이 없었지만, 북한의 새 대표단이 협상에 나와 양 측의 입장을 더 명확히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협상 결과를 분석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8시간 반에 걸쳐 이어졌지만 결국 결렬됐다.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 없이 빈손으로 나왔다고 결렬 책임을 넘겼고,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6월말 ‘판문점 회동’ 이후 98일 만에 열린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미 양 측이 접점 찾기에 실패함에 따라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날 오후 6시 20분경 북미 실무협상을 마치고 나온 북측 협상 대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통해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면서 “협상 결렬은 전적으로 미국 때문이다. 미국이 아무것도 들고나오지 않았다”고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핵 시험,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 폐기, 미군 유골 송환 등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할 경우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며 “이것은 미국이 파기한 조미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고 문제 해결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이고 타당한 제안이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의심의 여지없이 제거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을 권고했다.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협상 테이블에) 가져갔으며 북한 측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북한 대표단에서 나온 앞선 논평은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북한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의 핵심사안 각각에 대해 진전을 이루기 위한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 미리 소개했다”며 “미국과 북한은 70년간 걸쳐온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적대의 유산을 단 한 차례의 토요일(만남의)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들은 중대한 현안들이며 양국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그러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

다만, 미국은 스웨덴 정부가 2주 뒤 다시 스톡홀름에 와서 대화를 가져보라고 초대한 걸 받아들이겠다며 대화 중단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이하 김 대사의 성명 전문▼

이번 조미 간 실무협상은 조미 수뇌 상봉에서 이룩된 합의에 따라 구상되고 그 사이 여러 가지 난관들을 힘겹게 극복함에 마련된 쉽지 않은 만남이었습니다.

이번 협상이 조선반도 정세가 대화냐 대결이냐 하는 기로에 들어선 관건적 시기에 진행된 만큼 우리는 이번에 조미 관계 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결과물을 이뤄내야 한다는 책임감,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지고 나옴으로써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협상에 왔습니다.

그러나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나는 이에 대해서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습니다.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으로 하여 초래된 조미 대화의 교착상태를 깨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습니다.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조미 사이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문제해결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이고 타당한 제안입니다.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하였습니다.

우리의 립장은 명백합니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조선반도 핵 문제를 탄생시키고 그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번 조미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질의응답 전문▼

-미국 측에서 체제보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이나 의사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ICBM 핵실험 중지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유지할 것인가.
-만약 미국 쪽에서 또 다른 계산법을 들고나온다면 올해 중으로 다른 협상에 나올 의향이 있는가.

=우리가 협상 진행 과정에 거론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계산법은 미국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의 발전을 위협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완전무결하게 제거하려는 조처를 할 때만이 그것을, 또 그리고 그것을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만지작거리면 그것으로서 조미 사이의 거래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데 대해서 이미 명백히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우리의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습니다.

조선 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합니다.

다만 미국이, 독선적이고 일방적이고 고담에 구태의연한 입장에 매달린다면은, 백번이고 천번이고 마주 앉아도 대화가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미국에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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