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법 중단하라” 홍콩 시위대 1000여명 이틀째 거리로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6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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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위가 폭력사태로 비화하면서 홍콩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졌다.

5일(현지시간) 사실상 계엄령인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발동과 ‘복면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시위대의 분노가 거세지면서 이틀째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정부 타도를 외치며 결사항전 태세지만, 당국은 “폭도들의 극단 행동 때문에 홍콩의 절반이 마비됐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이날 홍콩에서는 정부 방침에 항의하는 1000여명이 이틀째 가두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복면금지법’을 비웃기로 하 듯 아이언맨부터 스크림 가면까지 각양각색의 복면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수만명이 거리로 나섰던 지난 주말보다 참가자 수는 크게 줄었지만, 임시 정부 수립 주장까지 나오는 등 시위 분위기는 한층 격앙됐다.

이날 집회는 가두 행진과 플래시몹 시위 등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중국 국경과 가까운 신계의 셩수이에서는 일부 과격 시위대가 중국 본토 기업이 소유한 상점의 창문을 부수는 모습이 목격됐다.

센트럴에서는 많은 경찰관들이 얼굴을 가린 채 복면을 쓴 젊은 부부를 곤봉으로 마구 때려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삼합회’(홍콩의 조폭)라 비난하기도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시위가 이처럼 격화한 건 최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전날엔 14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았고, 앞서 중국 건국 70주년인 1일엔 경찰이 처음으로 실탄을 발사해 18세 고교생이 중상을 입었다.

복면금지법을 발표한 전날엔 밤 늦게까지 시위대와 경찰 간 극심한 충돌이 빚어졌다. 과격 시위대는 지하철 역사에 불을 지르고 중국계 은행의 자동인출기(ATM)를 부수는 등 파괴 행위를 벌였고, 경찰은 이에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맞대응했다. 심지어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6차례에 걸쳐 실탄 사격도 감행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영상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극단적인 폭력으로 홍콩의 공공 안전이 위협받았기 때문에 전날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입법회의 친중파 의원들과 중국 중앙정부 역시 “복면금지법은 매우 필요한 조치”라며 두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위 참가자는 “복면금지법은 (시민을 억압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 중) 첫 번째 단계일 뿐”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법이 쏟아질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전날 밤새도록 이어진 시위에 이날 하루 종일 지하철 모든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다. 주요 지역에 위치한 많은 쇼핑몰과 은행, 대형마트, 약국도 모두 문을 닫았다.

홍콩 전역이 방화와 폭력으로 얼룩지면서 생필품 사재기까지 나타났다. 고기와 쌀, 휴지 등을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이날 내내 슈퍼마켓에선 긴 줄이 늘어섰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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