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결렬…北 “미국 빈손으로 나와”, 美 “좋은 대화” 반박

스톡홀름=김윤종 특파원 입력 2019-10-06 07:07수정 2019-10-0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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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이날 북한은 “불쾌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결렬원인을 전적으로 미국 탓으로 돌렸다. 비핵화 조치는 물론 북미관계가 다시 난관에 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사진)는 이날 저녁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통해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후 6시 20분 경 북미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김 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오늘 협상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힌 후 대사관 내로 들어갔다. 이후 10분가량 지난 후 그는 3장 가량의 성명서를 들고 나와 협상결과를 낭독했다.

김 대사는 북미협상 결렬 이유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의욕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결국 (미국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협상은 결렬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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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사는 이날 성명 발표 내내 협상결렬에 대해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되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며 “나는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이번 실무회담에서 ‘할 수 있는 바를 했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으로 초래된 조미대화의 교착상태를 깨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실무회담의 전격 결렬은 다소 예상 밖에 결과다. 북한과 미국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둘러싼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실무회담은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김 대사는 스톡홀름으로 떠나기 전 3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간다.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말했다.

실무회담이 열린 5일 오전까지도 북한 대표단 표정은 밝았다. 북미 실무협상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경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김 대사는 이날 오전 실무회담 출발 전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두고 봅시다”라고 말했다. 회의장에서는 김 대사와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처음으로 대좌했다. 이날 오전 9시 15분 경 먼저 도착한 비건 대표가 회의장 밖에서 김 대사를 웃으며 맞이하는 등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이날 협상 시작 2시간 만인 낮 12시경 김 대사 등 북한 대표단 일행을 태운 차량이 회의장을 떠나 북한대사관으로 향했다. 점심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후 무려 2시 20분이나 지난 오후 2시 20여분 경 김 대사는 “오후 회담 간다”며 북한대사관을 나서 협상장에 도착했다. 이후 북한 대표단은 4시간 후인 6시 20분경 대사관으로 돌아와 곧바로 성명을 통해 “협상은 결렬됐고, 모든 것은 미국 탓”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미국은 김 대사가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면서 결렬 책임을 미국 측에 떠넘긴 것을 정면 반박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 성명 발표 후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협상 테이블에) 가져갔으며 북한 측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입장 차가 완전히 다른 셈이다.

실무회담 결렬에 따라 비핵화와 북미 관계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방안을 수차례 논의했지만, 세부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상대 탓’을 하면서 결렬됐기 때문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기대했던 비핵화 프로세스 가동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다만 북한은 미국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며 재논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김 대사는 이날 성명 발표 후 “미국에 연말까지 더 생각해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협상이 완전히 끝났고 내일(6일) 출국을 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응답으로 대응했다. 미국 측 반응에 따라 빠른 시간에 추가 실무협상의 이뤄질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스톡홀름=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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