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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가 자초한 ‘철퇴’… 인권보호 새 지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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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가 자초한 ‘철퇴’… 인권보호 새 지침 필요

김상훈 기자 , 강홍구 기자 입력 2019-10-05 03:00수정 2019-10-0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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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키즈채널 맞춤광고 중단’ 제재 파장
어린아이들이 출연해 그들의 일상 등을 보여주는 키즈 채널은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분야다. 그러나 상품화 논란, 아동학대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유튜브가 키즈 채널에 광고 게재를 중단하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유튜브 화면 캡처
서울에 사는 40대 주부 최모 씨는 매일 아이와 힘겨루기 하느라 진이 빠진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컴퓨터부터 켠다. 어린이가 등장하는 키즈 유튜브 채널을 보기 위해서다. 최 씨는 “이러다 아이가 유튜브 채널에 중독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씨는 최근 구글이 유튜브 키즈 채널에 시정조치를 내린 것을 환영했다. 키즈 채널의 개인 맞춤 광고 게재를 중단하고 댓글 등 일부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이 조치의 핵심 내용. 이에 따라 키즈 채널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부모들 환영, 키즈 유튜버는 난감



아이를 둔 부모들은 구글의 정책 변화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진작 이런 조치가 나왔어야 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지만 사생활을 여기저기 퍼뜨리는 것이 보기 안 좋았다”는 내용의 댓글을 유튜브 채널에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도 “어린아이에게도 인권이 있다. 어린이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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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키즈 콘텐츠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슬라임을 어른이 혼자 가지고 놀거나 게임을 하는 영상도 키즈 채널로 분류되는지 궁금하다. 아이들과 놀러 갈 만한 곳을 소개하는 채널도 키즈 채널인가”라고 물었다.

키즈 유튜버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초 구글로부터 이메일로 이 정책을 통보받은 키즈 유튜버 A 씨는 “현재까지는 큰 원칙만 공지됐을 뿐이며 세세한 기준은 전달받지 못했다. 향후 상황을 지켜본 뒤 방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유튜브 활동을 접을 수도 있다는 것.

또 다른 키즈 유튜버 B 씨는 “성인들이 출연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채널도 키즈 채널에 해당하는지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이게 허용된다면 아이들을 출연시키지 않는 새로운 채널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유튜브 차원의 제재는 환영하지만 국내에서도 자체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데 비해 법의 적용은 지체되고 있다.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업로드 주기를 정한다거나 실질적인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잇단 아동학대 논란

키즈 유튜브 채널은 그동안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국내 최고 키즈 유튜브 채널인 ‘보람튜브’는 구독자가 3400만 명에 이르며 매달 최대 20억 원의 수입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람튜브는 올 7월 서울 강남에 95억 원 상당의 빌딩을 매입해 화제를 부르기도 했다. 이를 포함해 상당수의 키즈 유튜브 채널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성장세에 있던 키즈 채널이 철퇴를 맞은 가장 큰 이유는 아동 학대 논란 때문이다. 유튜브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아동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COPPA)을 위반한 혐의로 1억7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보람튜브만 해도 부모가 아이에게 도로 한복판에서 장난감차를 타게 하거나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장면을 연출하도록 했다가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했다. 법원은 부모에게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처분을 내렸다.

또 다른 키즈 유튜브 채널에서는 6세 쌍둥이에게 10kg짜리 대왕 문어를 자르지도 않은 채 먹도록 했다. 누리꾼들이 아동학대라며 항의성 댓글을 올리자 채널은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또 다른 채널에서는 아빠가 강도로 분장해 엄마를 잡아가겠다며 아이를 협박하는 연기를 했고, 아이는 지시에 따라 울며 춤을 추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7명의 아이를 입양한 뒤 과자를 훔치거나 초능력을 부리는 장면 등을 연출해 유튜브에 내보낸 엄마가 올 3월에 체포됐다. 경찰 수사결과 아이들은 물과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화장실에도 가지 못했으며 옷장에 갇혀 살았다. 유튜브 영상을 찍을 때 제대로 연기하지 못하면 벌을 받았다고 한다.

○ 아이들을 위하는 미디어가 돼야

수익을 목적으로 한 키즈 채널이 줄어들더라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개설한 채널은 늘어날 수 있다. 교육부가 조사한 ‘2018년 초·중등진로 교육 현황’에 따르면 유튜버는 초등학생 희망 직업 5위다. 아이들에게 유튜버가 ‘꿈의 직업’인 셈이다.

따라서 무작정 금지하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콘텐츠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이들을 ‘스타’로 키우겠다며 장시간 촬영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반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 조약과 근로기준법 제64조 1항에 따라 15세 미만은 노동할 수 없도록 한다. 비록 노동은 아니지만 친권자가 아이를 혹사시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신속하게 적발할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영국왕립정신과학회는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키드인플루언서’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으로 고통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

권준수 대한신경정신과학회 이사장(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아이가 유튜브 제작을 즐긴다 해도 직접 사람과 만나 관계를 맺도록 부모가 시간 관리를 해 줘야 한다”며 “그래야 아이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도 줄이고 향후 나타날지 모르는 대인관계 기피증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아이들의 유튜브 제작에 투자하는 시간을 하루 1, 2시간 이내로 할 것을 권했다.

김상훈 corekim@donga.com·강홍구 기자
#키즈 유튜브#키즈채널 맞춤광고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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