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 온 대학원생 “누구는 신청하지 않은 장학금 받고…기가 막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4일 2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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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고 바르게 살면 잘살 수 있을 거란 마음으로 공부했는데, 헛된 꿈을 꾼 게 아닌가 무섭습니다.”

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임효정 씨(30·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임 씨는 고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그는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신청한 참고인 신분으로 국감이 열리는 정부세종청사를 찾았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전일제 근로장학생으로 일한다고 밝힌 임 씨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사태를 보며 무기력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7월부터 두 달간 가스비를 내지 못해 가스 공급을 끊겠다는 고지를 받았다”며 “학업을 접고 취업하기 위해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봤지만, 근로 장학생이라 참여하기가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학원 장학금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 형편이 좋지 않으면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누구는 신청하지 않은 장학금을 받았단 사실에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대학생 집회와 관련해 “분하고 답답해 백 번 천 번 외치고 싶었지만 근로시간과 겹쳐서 참석하지 못했다. 학비와 생계 걱정 때문이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임 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제라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공정하게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임 씨 발언 후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가담하고 있는 단체라든가 직위가 없느냐”고 물었다. 임 씨가 “전혀 없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다시 “위증하면 안 된다”고 질의했다. 임 씨는 다시 “그럴 시간도 없다”며 반박했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이유로 임 씨가 퇴장을 요청하자 추가 질의를 요구하는 여당과 이를 제지하는 야당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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