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자녀 부정입학 의혹 집중추궁… 정경심, 혐의 전면 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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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의혹 파문]3일 조국 부인 비공개 조사

3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가 비공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몰린 취재진이 민원실 출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정 교수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몸이 아프다”며 조사를 거부해 오후 4시경 조사가 중단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가 비공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몰린 취재진이 민원실 출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정 교수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몸이 아프다”며 조사를 거부해 오후 4시경 조사가 중단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개천절 휴일인 3일 오전 8시 50분경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태운 차량이 서울중앙지검의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표시해 놓고 기다리던 1층 출입구를 피해 정 교수는 10층 영상녹화 조사실에 도착했다. 정 교수는 여기서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자택 압수수색 때 마주쳤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 소속의 이광석 부부장검사와 마주 앉았다.

현직 법무부 장관 부인의 사상 첫 조사라는 점과 나중에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검찰은 조사 과정을 전부 녹화 및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실에는 여성 수사관이 앉아 있었고, 정 교수의 옆에는 변호인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실제 조사 시간은 5시간… 4일 재조사


검찰은 피의자 신분인 정 교수를 상대로 오전 9시경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딸(28)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지난달 6일 기소된 정 교수는 자녀의 부정 입학 관련 혐의부터 조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7시간 정도 지난 오후 4시경 정 교수는 갑자기 “몸이 아프다”며 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결국 검찰은 정 교수를 출석 8시간 만인 오후 5시경 돌려보냈다. 본인의 이름과 본적, 주소지 등을 간단하게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식사 및 휴식시간을 제외한 조사 시간은 5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 부인의 조사에 검찰 지휘부도 긴밀하게 움직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출근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과 차장검사 등은 모두 출근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앰뷸런스 등 응급 연락망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 시기와 조사 방법 등도 정 교수 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 왔다.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소환을 미루자 정 교수 측이 소환 일정을 정하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1층 출입문을 통해 사실상 공개 조사를 시사했던 검찰은 비공개 조사로 방침을 바꿨다.

○ 자녀 부정입학 추궁에 황당한 이유로 부인


정 교수는 검찰이 수사 중인 조 장관 관련 세 갈래 의혹에 모두 깊숙이 연관돼 있다.

자녀의 대학 및 대학원 부정입학 의혹에서는 인턴활동증명서와 표창장을 위조하는 등 주도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지분 매입 자금을 대는 등 펀드의 실소유주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 장관 가족이 운영하는 사학재단 웅동학원의 위장 소송 때 이 학원의 이사로 재직해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조사 분량이 가장 많은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 부분을 첫 조사 때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및 서울대 법대 산하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활동 경위, 딸의 대학 시절 동양대 총장 표창장 수상 및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허위 인턴활동 경위 등이 모두 조사 대상이었다. 이 부부장검사가 조사를 총괄하고, 자녀들이 지원한 학교의 쟁점별로 검사들이 나눠 신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 교수는 검찰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추궁했지만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는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것 아니냐는 검찰의 추궁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의 딸이 언론 인터뷰에서 부인했던 논리와는 또 다른 다소 황당한 이유였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앞서 검찰은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시점과 방법을 특정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 자료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 수사 장기화되면 영장 청구에도 영향 줄 듯


검찰은 당초 정 교수에 대해 한두 차례 조사를 한 뒤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현재까지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중대 범죄에 정 교수가 적극 관여한 데다 자택 PC를 교체하고, 관련자에게 서류를 없애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 인멸에 관여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정 교수에 대한 첫 조사가 예상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끝나면서 조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밤 12시까지는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정 교수는 7시간 정도 빨리 귀가했다. 수사 일정이 재조정되면 조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전체적인 수사 일정도 더 늦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검찰이 정해 놓은 당초 수사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정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정경심 교수#비공개 조사#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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