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형 SLBM 발사 참관 안 한 듯…美 압박하되 수위 조절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3일 12시 18분


코멘트

북미 실무협상 앞두고 신형 SLBM 발사
美 본토 위협 가능한 무기로 막판 강수
"외부세력 위협 억제, 자위력 한층 강화"
김정은 발사 현장 안 보여…자극 강도↓
"이례적…대화 판 깨지 않으려 수위 조절"
北 김명길, 오늘 스웨덴행…5일 실무협상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감행하면서도 대미 자극 수위는 조절하는 모양새다.

오는 4~5일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마지막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대화 판은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019년 10월2일 오전 조선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새형의 탄도탄 시험발사는 고각 발사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이번에 진행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의 성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외부세력의 위협을 억제하고 나라의 자위적 군사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중대한 성과”라고 선전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참관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매체가 그동안 김 위원장의 신형 무기체계 현지지도를 크게 선전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북극성-3’형 시험발사 현장 참석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시험발사에 참가한 국방과학연구 단위들에 뜨겁고 열렬한 축하를 보내셨다”고 전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아서인지 중요도에 비해 기사도 상대적으로 짧다”며 “신형 SLBM이고 보도 제목으로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일대 사변’이라고 뽑은 것만 보더라도 지금까지 그 어떤 신형무기 시험보다 중요할 터인데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히 이번 발사가 시험발사, 초기 발사라서 김 위원장이 참관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보이며 현재 진행 중인 북미 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대화의 판까지는 깨지 않으려는 수위 조절과 함께 대내적으로 계획된 무기 현대화는 진행해 가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은 실무협상을 목전에 두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SLBM을 공개해 방위력을 과시하고, 미국이 ‘새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LBM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미사일 발사 지점을 노출시키지 않고 미국 본토를 은밀히 타격할 수 있어 위협적인 무기로 평가된다.

동시에 북한은 협상판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이 신형 SLBM 시험발사 현장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대미 자극 수위를 낮췄다는 관측이다.

미국도 북한의 신형 SLBM 발사에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협상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그들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북한 발사체 발사에 대해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일 뿐이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북미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 간의 팽팽한 신경전 끝에 마침내 대화 재개 전기를 맞은 만큼 협상판을 깨지 않기 위해 입장을 신중히 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는 이날 베이징을 거쳐 스톡홀름을 향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는 오는 4일 예비접촉, 5일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상응조치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

한편 ‘북극성-3’호는 앞서 개발된 북극성 계열 미사일보다 사거리 등 성능이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북극성-1·2호’의 사거리를 1300여㎞로 분석하고 있다.

합참은 전날 북한 발사체의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거리는 약 450㎞로 탐지했다. 북한이 고각 발사해 사거리를 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사거리는 더 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시험발사는 신포급(2000t급) 잠수함이나 신형 잠수함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첫 발사인만큼 해상발사대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김 교수는 “오늘 발사가 원산만 수역이라고 이야기 한 것이나 신형 SLBM의 최초 해상 발사라는 점에서 볼 때 만일의 사태를 고려해 실제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라 발사용 바지선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이미 발사에 성공한 북극성-1형의 경우에도 지상 발사, 해상 바지선 발사 이후 잠수함 발사로 이어졌다”며 “이번 발사는 개발 시험발사 초기 단계로 향후 실제 잠수함 발사도 해야 한다. 그 때는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