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파악못한 무허가 농장서 확진… 돼지열병 방역망 곳곳 ‘구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파주서 하루새 2건 추가돼 총 11건


태풍 ‘미탁’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직전인 2일 하루 동안 경기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2건이 확진됐다. 특히 이번 ASF 확진 농가에는 정부가 금지한 남은 음식물을 돼지 먹이로 쓰는 무허가 돼지농장이 포함돼 있어 방역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경기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 돼지농가 2곳에서 ASF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17일 이후 ASF가 확진된 돼지농가는 11곳으로 늘었다. 파평면 농가는 돼지 2400마리를 키우는 곳으로 외국인 근로자 3명이 일하고 있다. 반경 3km 이내에는 9개 농가가 1만2123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있다.

ASF가 발생한 적성면 농가의 사례에선 당국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농가는 흑돼지 18마리를 키우는 소규모 시설로 멧돼지를 막아줄 기본 시설인 울타리조차 없었다. 또 최근까지 잔반을 먹이로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ASF 전염경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당국은 남은 음식물로 ASF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잔반을 먹이로 주는 걸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ASF 최초 발생지이자 중점관리지역에서부터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방역당국은 8월 말 북한 접경 지역 농장 227곳을 대상으로 잔반 사용 실태를 단속하기도 했다.

방역에 구멍이 생긴 건 해당 농가가 무허가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50마리 미만을 키우는 축산농가는 축산업 등록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방역활동은 등록 농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결국 50마리 미만 소규모 농가는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소규모 농가들의 방역이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방역망의 허점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최대 양돈 산지인 충남 지역에서는 ASF 도살 처분에 투입됐던 인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충남 천안과 아산 지역 일용직 근로자 80여 명은 지난달 20, 21일 경기 연천, 김포 지역의 돼지 도살 처분 작업을 했다. 외국인 근로자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도살 처분을 마친 인력은 이동 제한 없이 충남지역으로 돌아왔고, 이 중 아산 지역에서 간 10명은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충남도의회 관계자는 “도살 처분에 투입한 인력에게는 생계지원비를 줘서라도 격리시켜 방역의 허점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또다시 태풍이 상륙하면서 방역에 취약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방역을 위해 축산 농가에 뿌려놓은 소독약과 석회가루가 큰비와 강풍에 씻겨 내려가면 일시적으로 바이러스 유입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도살 처분 매몰지에서 오염된 물이 땅 위로 솟구쳐 수계로 흘러가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오후 경기 파주시 문산읍과 경기 김포시 통진읍 돼지 농가도 ASF 의심신고를 해 방역당국이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아프리카돼지열병#asf#방역#무허가 돼지농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