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시위대 가슴에 대고 실탄… 고교생 중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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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위대 2명도 피격 중상… 경찰 “철봉 공격에 맞대응” 주장
시민들 “國慶 없고 國상만” 분노… 시위 격화… 쇼핑몰-지하철역 폐쇄

충격의 실탄발사 장면 1일 홍콩 곳곳에서 진행된 반중 시위에서 경찰이 검은 옷을 입은 18세 고교생 쩡즈젠(왼쪽)의 왼쪽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실탄을 발사하고 있다. 경찰은 쩡즈젠이 곤봉을 휘두르려는 순간 그를 정확하게 겨눴다. 인터넷매체 ‘홍콩01’이 경찰의 충격적인 발포 현장을 촬영했다. 홍콩01 영상 캡처
충격의 실탄발사 장면 1일 홍콩 곳곳에서 진행된 반중 시위에서 경찰이 검은 옷을 입은 18세 고교생 쩡즈젠(왼쪽)의 왼쪽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실탄을 발사하고 있다. 경찰은 쩡즈젠이 곤봉을 휘두르려는 순간 그를 정확하게 겨눴다. 인터넷매체 ‘홍콩01’이 경찰의 충격적인 발포 현장을 촬영했다. 홍콩01 영상 캡처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일 홍콩 곳곳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반중 시위가 열렸다. 고교생 쩡즈젠(曾志建·18)은 이날 오후 4시경 췬완 지역에서 경찰의 실탄에 왼쪽 가슴을 맞아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총탄은 쩡즈젠의 심장을 불과 3cm 벗어난 가슴을 가격했다. 피격 직후와 오후 8시경 두 차례 대수술을 받은 그는 아직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최소 5발의 실탄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위대가 철 막대기 등을 들고 달려들어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10대 학생에게 총을 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시위대는 “홍콩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이날 시위를 ‘애도의 날’로 명명했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오후 1시 코즈웨이베이에서 모여 “국가의 경사(國慶)는 없고, 국상(國상)만 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 희생자, 2017년 가석방 상태에서 숨진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등 수많은 사람이 중국에 의해 탄압받고 희생됐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자유를 위해 홍콩과 싸워 달라” “5대 요구안 전부 수용”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완차이 지역으로 행진했다. 시위대의 5대 요구안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다.

일부 시위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초상화에 불을 붙여 태우고 짓밟았다. 홍콩 당국은 이날 췬먼, 마안산, 아일랜드라인 전체를 포함해 전체 91개 역사 중 36개 역사를 폐쇄했다.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25개 이상의 대형 쇼핑몰을 포함해 수천 개의 점포도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경찰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동안 불법 집회 및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총 51명을 체포했고 96명은 폭동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폭동죄는 홍콩법상 최대 10년의 징역이 내려진다. 이날 대표단 240명을 이끌고 베이징 열병식장에 등장한 람 행정장관은 시종일관 밝게 웃었다. 반면 홍콩 최고 부자로 시위대에 관용을 호소해온 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은 열병식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홍콩 반중 시위#중국 건국 70주년#애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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