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흔들리지 않았던 김태형 감독, 역전 우승으로 증명한 ‘리더의 자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1일 22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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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김태형 감독.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태형 감독이 처음 부임한 2015시즌부터 두산 베어스는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KS)행 티켓을 놓친 적이 없다.

2015년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에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NC 다이노스(PO)~삼성 라이온즈(KS)를 연파하고 최강자의 반열에 오르며 화려한 사령탑 데뷔시즌을 보냈고, 2016시즌 통합우승, 2018 정규시즌 우승의 업적을 남겼다. 2017시즌에도 정규시즌 2위로 PO를 거쳐 KS에 진출하는 등 김 감독 재임 기간 두산은 누구나 인정하는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5년 연속 KS 진출의 업적을 남겼다.

현역 시절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한 김 감독을 설명하는 단어는 ‘보스’다. 지도자가 된 지금도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 선수들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다. 선수단의 관리자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선수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강하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에게 충분히 힘을 실어주며 팀 분위기를 이끄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권혁과 배영수를 품은 것도 전력 향상과 멘토 역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조치였다. 둘은 올 시즌 각각 171일(배영수), 152일(권혁) 동안 1군에서 버티며 적잖은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의 사령탑 인생에서 ‘실패한 시즌’은 없다. 5시즌 연속(2015~2019시즌) KS 진출은 웬만한 행운이 깃들지 않으면 감독 인생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선수가 좋아서 성적이 좋다’는 비판도 있지만, 양의지(NC 다이노스)의 이적과 김강률, 곽빈의 부상 이탈 등 여러 악재를 딛고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하며 비판 여론을 잠재웠다.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마음고생도 적잖이 했다. 스스로도 “자다가 벌떡벌떡 깰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1위팀과 추격하는 팀 사령탑의 심정을 모두 꿰뚫고 있으니 상황 대처는 그만큼 빠르고 과감하다. 한 자리에선 “감독 생활 하면서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다. 그만큼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털어놓았다. SK 와이번스와 게임차를 서서히 좁혀가던 시기에는 “순리대로 간다”고 했지만, 역전 기회가 오자 과감하게 칼을 빼들었고 결국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업적을 이뤄냈다. 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도 “기회가 왔으면 잡아야 한다”고 소신껏 말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고비를 극복한 승부사 기질이 돋보였다.

올 시즌은 냉정히 말하면 김 감독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아킬레스건 부상을 털고 마운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했던 김강률이 복귀 직전 햄스트링을 다쳐 아예 시즌아웃되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고,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았던 이현승은 여러 부위에 부상이 겹쳐 172일간 자리를 비웠다. 8월 승부처에선 불펜의 ‘마스터 키’ 김승회가 팔꿈치 골멍 증세로 이탈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기존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난국을 타개했다. 마무리투수 함덕주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이형범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과감한 결단으로 불펜을 안정시켰다. 4월 2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초유의 감독 벤치클리어링으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오히려 선수단 내부에선 ‘내 자식을 지키는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전력의 주축인 한 베테랑 투수는 “정말 멋있는 감독님”이라고 했다.

한 구단의 핵심 관계자도 “올해 두산의 막판 뒤집기는 김태형 감독의 공이 상당하다”고 했다. 급격히 무너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은 결과는 달콤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팬들께 멋진 선물을 하고 싶다”는 약속도 지켰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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