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에게 보내는 ‘참회의 마음’ 한지에 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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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된 국내 황새 복원 ‘앞장’… 박시룡 명예교수, 화집 발간

“야생에 돌려보낸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서식지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황새들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달았습니다.”

20년 넘게 멸종된 국내 황새 복원에 매달려 ‘황새 아빠’로 불리는 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67·사진)가 황새를 주제로 한 화집(畵集) ‘황새가 있는 풍경’(지성사)을 발간했다. 한지(韓紙)에 황새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이 책은 △1부 한반도에 황새가 날개를 활짝 펼치는 그날을 위해 △2부 나와 놀데 그리고 ‘황새가 있는 풍경’ 등으로 구성됐다.

박 명예교수는 황새를 한반도에 복원시킨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독일 유학 시절의 이야기와 그림, 남한에서 황새 복원을 성공시킨 과정, 어린 시절 마음속에 그려왔던 추억 등을 그림과 글로 잘 버무려 냈다. 또 독일 유학 시절 닮고 싶은 우상이었던 화가 에밀 놀데(1867∼1956)의 생가와 독일의 황새 마을 방문 이야기, 독일 농촌 등도 한지에 그렸다. 그는 이를 위해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과 남미의 황새 마을 등지를 직접 찾아 그림을 그렸다.

‘독도에서 조류를 연구하다’라는 주제로 한 그림에서는 과거 한반도(북한 황해도 포함)에 번식하며 살았던 텃새 황새들이 독도 상공을 경유해 일본까지 이동했던 모습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담았다. 박 명예교수는 이 책을 자신이 유학을 했던 독일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책 서문과 그림 설명을 독일어로 함께 썼다.

박 명예교수는 “황새가 잘 살기 위해서는 농경지에서 농약과 인공비료,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미 방사한 황새들이 자연이 아닌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황새 야생 복원은 서식지 복원이 우선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농민들 스스로 농약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명예교수는 19일과 26일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충북 청주 영풍문고 2층 아트홀에서 ‘독도가 누구 땅인지 황새는 알고 있다!’라는 내용의 강연과 사인회를 열 계획이다. 책 인세(印稅)와 책에 수록된 그림 판매 수익금은 황새 서식지 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농민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황새멸종#황새#황새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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