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대규모 반중시위 열려…경찰이 쏜 실탄 맞아 시위대 1명 위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2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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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등 12개 지역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가 열렸다. 이날 10대 남성 시위대 1명이 경찰이 쏜 실탄에 가슴을 맞고 홍콩섬 곳곳에서 방화가 일어나는 등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도 격화됐다.

이날 오후 4시 경 췬완 지역에서 왼쪽 가슴에 실탄을 맞은 이 남성은 자신의 이름이 쩡지겐(曾志建)이라고 밝혔다. 쩡은 올해 18살로 이 지역 공립 호추엔이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쩡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세인트 마가릿 병원에서 90여 분에 걸친 실탄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왼쪽 가슴의 갈비뼈가 파열돼 위독한 상태라고 홍콩 밍(明)보가 전했다. 쩡은 오후 8시 경 퀸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옮겨져 재수술을 받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홍콩 보건당국을 인용해 오후 8시 현재 홍콩 각지의 병원에서 51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실탄을 맞은 쩡을 포함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홍콩 나우TV는 홍콩 경찰이 실탄 발사를 공식 허가받았다고 전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호이파거리뿐만 아니라 야우마테이·워털루·네이선 거리 등에서 최소 5발의 실탄이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홍콩 경찰은 “철 막대기 등을 들고 달려들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차원에서 경찰이 실탄 한 발을 발사했다. 의도한 바는 없었으나 애도한다”고 밝혔다.

“자유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은 수 만명의 시위대들은 오후 1시 코즈웨이베이에서 모여 “국가의 경사(國慶)는 없고, 국상(國喪)만 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 희생자, 투옥 중 사망한 노벨평화상 수상 인권운동가 류사오보 등 수많은 사람이 중국에 의해 탄압받고 희생됐다.”고 외쳤다. CNN은 이날 시위가 최근 몇 주간 발생한 것 중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이들은 “자유를 위해 홍콩과 싸워 달라” “5대 요구안 전부 수용”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완차이 지역으로 행진했다. 시위대의 5대 요구안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시위대는 조던 지역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 막사 인근에서 시진핑 주석과 캐리 람 행정장관의 초상화에 불을 붙여 태웠다. 이들은 장례식에서 사용하는 가짜 지폐 뭉치를 뿌리고, 시 주석의 초상화를 짓밟기도 했다. 삼수이포 정부 청사를 포함해 완차이, 샤틴 등 홍콩 시내 곳곳에서는 휘발유 폭탄에 의한 방화가 일어났다. 홍콩 경찰은 췬먼 지역에서 시위대가 부식성 액체를 사용해 경찰관들이 다쳤다고 주장하며 SNS에 부식성 액체에 녹은 진압복 사진과 화상을 입은 경찰관의 모습을 올렸다.

홍콩 경찰은 홍콩 전역에 6000명을 배치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시위 진압에 나섰다. 홍콩 경찰은 SNS를 통해 “구룡, 홍콩섬, 신계 전역에 폭동이 발생하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한 장소에 머무르고, 야외에 나가지 말고 최신 상황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전했다.

홍콩 지하철은 이날 췬먼, 마온샨, 아일랜드 라인 전체를 포함해 전체 91개 역사 중 36개 역사를 폐쇄했다.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25개 이상의 대형 쇼핑몰을 포함해 수 천 개의 점포도 이날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SCMP는 경찰이 30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동안 불법 집회 및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총 51명을 체포하고 96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폭동죄는 홍콩법상 최대 10년의 징역이 내려진다. 한편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 대표단 240명을 이끌고 베이징을 찾은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시종일관 밝게 웃는 모습을 지어 대조를 보였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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