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안보가 대화 협력 뒷받침”…北 도발은 언급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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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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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관으로 거행됐다. 대구 기지는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K로 이뤄진 제11전투비행단이 배치된 곳이다. 국군의 날 행사가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열린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타고 행사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평화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우리 군의 철통같은 안보가 대화와 협력을 뒷받침하고 항구적 평화를 담대하게 걸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 사는 누구나 자자손손 평화와 번영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거듭 강조했다. 또한 “국군의 뿌리는 독립 운동과 애국에 있다”며 “무장독립투쟁부터 한국전쟁, 그 이후의 전쟁 억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은 언제나 본연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국군의 날 기념식은 형식·규모면에서 작년과 비교가 됐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작년 국군의 날 행사(70주년)는 5년 기념식 단위로 진행된 병력·무기 시가행진을 취소하는 등 대폭 축소해 진행됐다. 행사 마지막은 가수 싸이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판문점(4월)·평양(9월) 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평화 기류를 고려한 조치였지만 “과도한 북한 눈치보기”, ‘약군(弱軍) 퍼레이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이날 일반에 처음 공개된 F-35A 스텔스전투기를 비롯해 현무계열의 탄도·순항미사일 등 유사시 대북 타격용 첨단전력이 대거 출동했다. 문 대통령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와 함께 이들 무기를 사열하고,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 등 육해공 항공전력(13종 50여대)의 대규모 공중사열도 지켜봤다.

군 소식통은 ”현 정부의 대북 안보정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강군 퍼포먼스‘“라고 전했다. 남북 화해를 틈탄 북한의 대남 신종무기 연쇄 도발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등 현 정부가 ’안보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 여론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무력과시‘ 비중을 높였다는 것이다.

확고한 영토 수호 의지도 과시했다. 행사 중 F-15K 4대가 동해(독도), 서해(직도), 남해(제주도)로 출격해 초계비행을 하면서 조종사들이 대형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보고를 한 뒤 기지로 복귀해 문 대통령에게 임무 완수를 신고했다. 최근 발간한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공의 항공자위대 전투기 긴급발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노골화와 러시아 전폭기의 독도영공 침범 등 주변국의 영토위협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라고 군은 전했다.

특히 식전행사에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 주제곡에 맞춘 국군 의장대의 ’무예도보통지(복원 무예)‘ 공연과 백범 김구 선생의 광복 1주년 연설이 담긴 본행사의 기념영상은 최근 한일 갈등을 반영한 극일(克日)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기념식장 상공의 짙은 안개로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기념비행과 고공강하 등 일부 행사는 취소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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