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재판부 “이런 공소장 처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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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판서 “너무 장황하고 산만”… 30여분 검찰 비판하며 보완 요구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52)의 첫 재판에서 법원이 공소장에 불필요한 내용이 많다며 보완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한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에 몇 가지 석명을 요구할 사항이 있다”며 30여 분간 공소사실을 하나씩 지적해 나갔다.

재판부는 우선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불필요한 기재가 많다”며 “검찰의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에 적법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판사가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만을 정리해 넣도록 한 원칙이다.

재판부는 “판사 생활을 20년 했지만 공소사실에 이렇게 대화 내용이 상세히 나오는 건 본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다”고 지적했다. ‘신 전 비서관이 화가 나서 환경부 차관의 전화를 수차례 받지 않았다’는 공소장 내용을 짚으며 “피고인의 인성을 나쁘게 보이려고 기재한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동부지검 측은 “3주간의 시간을 주면 재판부 지적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10월 29일에 추가로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환경부 블랙리스트#재판부#공소장#검찰#일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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