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6년 만에 마오쩌둥 참배…홍콩선 “1일은 애도의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0일 2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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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국 70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상무위원 7명은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광장 한가운데 있는 마오쩌둥(毛澤東) 기념당으로 총출동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고지도부는 이날 오전 기념관에서 마오쩌둥 좌상에 3번 허리 굽혀 인사하고 그의 시신을 참배했다. 마오쩌둥 시신은 방부처리 돼 기념당 1층 로비에 전시돼 있다.

시 주석과 최고 지도부는 이날 열사기념일을 맞아 톈안먼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에도 헌화했다. 기념비 앞에는 ‘인민 영웅들은 천추에 길이 빛나리라(人民英雄永垂不朽)’는 마오쩌둥의 금석문이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마오쩌둥이 초안을 잡고 중국 초대 총리인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쓴 비문이 있다. 비문은 1840년 아편전쟁부터 1949년 중국 건국까지 투쟁의 역사를 기록했다.

시 주석이 이 기념당을 참배한 것은 2013년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이후 6년만이다. 무역전쟁 등 미국의 전방위 압박과 경기둔화 위기 속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최고지도부와 함께 마오쩌둥을 기린 배경이 주목된다.

시 주석은 올해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는 말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5월 그는 1930년대 마오쩌둥의 대장정 출발지인 장시(江西)성 위두(于都)현에서 기념비에 헌화한 뒤 주민들에게 “현재는 새로운 (대)장정이다. 우리는 새롭게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무역전쟁, 경기둔화, 중국에 대한 공개적 저항인 홍콩 시위로 시 주석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마오쩌둥 시대처럼 내외의 어려움을 참고 시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 투쟁하자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상무위원이 아닌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도 시 주석 및 상무위원 7명과 나란히 선 장면이 포착돼 ‘제8의 상무위원’이라 불리는 그의 위상이 재확인됐다.

시 주석은 70주년 기념일 당일인 1일 오전 연설에서 1840년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치욕을 씻고 미국을 넘어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이 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夢)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톈안먼 일대에서 열리는 사상 최대 열병식도 다분히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열병식에는 미 전역을 사정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41뿐 아니라 미군과 전투를 벌이며 ‘만세군(萬歲軍)’이라 불렸던 제82집단군 등 6·25전쟁에 참전한 부대들이 대거 열병식에 등장할 예정이다. 열병식 하루 전인 30일 오후 베이징의 일부 아파트에는 가스공급이 중단됐고, 주민들에게 1일 행사가 끝날 때까지 특정 장소에 모이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등 계엄령 통제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대한 경축일을 준비하는 베이징과 달리 홍콩에서는 반중·반정부 시위대가 1일을 ‘애도의 날’로 부르며 도심 곳곳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시위대는 소셜미디어에 “10월 1일 순국열사(가 되자)”라는 시위 포스터를 올리기도 했다. 지하철과 쇼핑몰에 불을 질러 “캠프파이어로 국경일을 맞이하자”는 글도 올라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홍콩 매체들은 홍콩 경찰이 전체 병력의 3분의 1인 1만 명을 시위진압에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1일 오후 베이징에서 건국 70주년 축하 불꽃놀이가 열리는 동안 홍콩 도심에선 시위대로 인한 불길이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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