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제육덮밥 먹고 음료는 밀키스…유럽 파고든 K푸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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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30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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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한식당의 사이드메뉴(반찬).© 뉴스1
현지 한식당의 사이드메뉴(반찬).© 뉴스1
지난 23일 점심시간에 찾은 독일 뮌헨의 한식당. 실내엔 한국인에게 익숙한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현지인이 앉은 테이블 위엔 빨간 제육 덮밥과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 캔 음료가 놓여 있었다. 그는 식사 중간중간 밀키스를 마시며 매운맛을 달랬다. 연신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하면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한국인 사장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외국인은 김치찌개와 제육 덮밥을 즐겨 먹는다”고 설명했다.

◇ 중식 대신 한식 찾는 유럽인 “매운맛도 잘 먹어요”

이날 찾은 한식당에선 현지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실내 6개 테이블뿐 아니라 야외에 자리를 잡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손님은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포장을 택하기도 했다.

가격은 10유로(1만3000원) 안팎. 김치찌개는 10.9유로, 비빔밥은 9.5유로였다. 손님 대부분은 한식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뜨겁고 매운 음식 탓에 얼굴엔 땀이 흐르고 있었지만, 숟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육개장에 밥을 마는 손님과 능숙한 젓가락질로 잡채밥을 먹었다. 비빔밥을 주문한 서양인도 꽤 많았다. 테이블 위엔 고추장·간장이 별도로 놓여 있다는 점이 국내와 달랐다. 그들은 아직 매운 음식에 부담이 있어 간장을 넣고 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현지 한식당 사장은 과거 손님은 유학생·관광객·현지 법인 근로자 등 대부분 한국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몇 해 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시아 음식 중 가장 대중적인 중식에 식상해진 유럽인들이 새로운 맛을 찾아 한식당을 찾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특히 한국 특유의 매운맛에 유럽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최근 K팝 열풍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식당에 서양인 발길이 이어지는 배경으로 꼽힌다.

현지 한국인 사장은 “잡지와 TV 프로그램에서 ‘집에서 먹는 듯한 음식’이라는 제목으로 한식이 소개됐다”며 “일부 식자재는 한국에서 들여와 한식 고유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선 볼 수 없는 사이드 메뉴(반찬)를 무한으로 주는 문화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서양 문화는 물뿐 아니라 사이드 메뉴를 무료로 주는 경우는 없다. 현지 한식당 일부는 메인 메뉴와 함께 별도로 돈을 받지 않고 김치 등 밑반찬을 다양하게 제공했다. 이들 식당은 메인 메뉴만 파는 곳과 비교해 3∼4유로 비싸지만, 현지인 발길은 꾸준했다. 실제 한 한식당에선 김치 한 접시가 3.5유로였다.

한국인 사장은 “일반적인 유럽에선 사이드 메뉴를 무한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며 “메인 메뉴 하나로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어 현지인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 음료 시장 수출 확대…우유와 탄산의 조합 ‘밀키스’ 인기
독일 뮌헨의 한식당 냉장고. 소주뿐 아니라 밀키스·포도봉봉 등 국내 음료를 팔고 있었다.© 뉴스1
독일 뮌헨의 한식당 냉장고. 소주뿐 아니라 밀키스·포도봉봉 등 국내 음료를 팔고 있었다.© 뉴스1

한식당의 공통점 중 하나는 냉장고를 가득 채운 소주였다. 한국인의 ‘소주 사랑’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격은 13∼15유로로 현지 맥주와 비교하면 2∼3배 비쌌다. 소주를 마시는 손님 역시 아직은 한국인이 대다수였다. 맥주와 비교해 높은 도수 탓에 유럽 공략은 쉽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현지인들은 한국 음료 중 밀키스·포도봉봉 선호도가 높았다. 매운 음식과 함께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콜라와 사이다에 익숙한 한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식당 사장은 “콜라와 다른 탄산 음료에 유럽인이 신선함을 느끼고 있다”며 “달콤한 식혜뿐 아니라 과일 음료인 포도봉봉(해태htb)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포도봉봉(2.9유로)은 포도 알갱이를 씹는 독특한 식감으로 현지인 사이에서 인기다. 1982년 출시 이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 효자 상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출액은 지난해 수준의 60%를 넘어섰다. 해태htb 관계자는 “1981년 출시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디자인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밀키스는 매운맛 음식에 안성맞춤으로 해석됐다. 250·500㎖ 가격은 각각 3.9, 6.9유로. 시내 식당에서 병맥주(330㎖)가 4∼5유로에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비슷하거나 비싼편에 속했다. 현지인들은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밀키스+매운음식’ 조합을 즐겼다.

밀키스는 유럽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성(우유+탄산) 탄산음료라는 점이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진출 초기 유럽에 거주하는 아시아인이 주로 찾았지만 최근 현지인 소비가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판매량도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밀키스 유럽 수출은 2015년 20만개에서 올해 8월 기준 56만개로 조사됐다. 유럽 시장의 절대적인 크기를 비춰보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판매량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최근 롯데칠성음료는 밀키스 딸기·멜론 맛 등 상품군을 다양화했다. 유럽 시장 확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셈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유럽권에서 다양한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밀키스 오리지널에 색다른 맛을 추가로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뮌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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