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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험지 출마론 ‘죽어야 사는’ 정치인[광화문에서/길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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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험지 출마론 ‘죽어야 사는’ 정치인[광화문에서/길진균]

길진균 정치부 차장 입력 2019-09-30 03:00수정 2019-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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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균 정치부 차장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을 총선 후보로 영입했다. 후보 경쟁력, 여론조사 등을 면밀히 분석해 영입인사별 맞춤형 출마 지역구를 구상했다. 언론에 수차례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영입인사 A는 자유한국당 소속 유력 정치인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구 출마가 유력했다. 하지만 그는 고향 지역구를 선택했다. 또 다른 유명 영입인사 B도 당이 서울 강남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하자 “생각이 다르다”며 수도권의 다른 지역구를 고집했다.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중진 의원들도 공천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당신은 어디에 나가도 될 사람’이라고 한다.

험지, 자갈밭. 여의도에선 당선 확률이 낮은 지역구를 뜻한다. 반대로 꽃밭, 텃밭, 문전옥답이라는 말도 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다. 텃밭이라고 꽃길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선이 쉬운 만큼 인정받기 어렵고, 정치적 성장도 더디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구’는 당 지도부가 언제든 후보를 바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지역구에서 세 번 이상 당선된 의원이 김덕룡 전 의원(서초을) 한 명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마를 앞둔 정치인의 최우선 과제는 당선이다. 텃밭에 자리 잡길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텃밭에 있는 각 당 중진 의원들이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 지지층이 흔들리고 그렇다고 한국당 지지층도 크게 늘지 않으면서 이도 저도 다 싫다는, 이른바 무당파 비중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총선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느 때보다 강한 인적 쇄신, 즉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각 당의 판단이다. 민주당의 경우 4선 이상 중진, 전·현직 당 대표, 1980년대 운동권 출신 상당수가 자천타천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 역시 중진들을 향해 영남의 텃밭을 버리고 험지인 서울·수도권으로 출마하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험지 출마는 정치적 사지로 뛰어드는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살아남는다면 그만큼 큰 정치적 보상이 뒤따른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전남 순천에서 당선된 뒤 최초의 호남 출신 새누리당 대표가 됐고, 대구 당선 이후 ‘지역주의 극복’ ‘통합’의 상징으로 떠오른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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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한국당 어느 쪽에서 더 많은 ‘제2의 김부겸’ ‘제2의 이정현’이 나오느냐는 것은 21대 총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험지는 정치인 개인에겐 정치적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전장(戰場)이고, 각 당엔 승부처다. 유권자는 험지에서 살아남은 정치인을 통해 국민 통합 같은 정치적 콘텐츠를 기대할 수도 있다. 여의도에서 회자되는 말 중에 ‘죽어야 사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는 게 있다.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먼저 결심할 때 통하는 얘기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중진들이 험지의 길로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자유한국당#조국 사태#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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