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배터리업계 “안그래도 어수선한데”…ESS에서 또 화재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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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9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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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11시29분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소재 풍력발전소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24일 오전 11시29분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소재 풍력발전소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국내 유수 배터리 업체끼리의 소송전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에서 화재가 최근 잇따라 발생해 배터리 업계가 다시 한 번 긴장하고 있다.

ESS는 이름 그대로 큰 형태의 배터리라고 보면 된다. 전력 사용량이 많지 않을 때, 전기료가 저렴할 때 전기를 모아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위한 대형 배터리다. 비상전력이 필요한 곳, 전기 주파수 조정이 필요한 곳,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에 많이 설치돼 있다. ESS는 배터리, PCS(전력변환장치), BMS(배터리운용시스템), EMS(에너지관리시스템)로 구성돼 있다. 이중 핵심 부품은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다.

◇정부 ESS안전강화대책 발표했지만 또 화재

29일 업계에 따르면 잠잠했던 ESS 화재가 최근 한달 사이에 잇따라 발생했다. 8월 30일 충청남도 예산군의 태양광 발전시설 ESS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24일에는 강원도 평창군의 풍력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양 사고 모두 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규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발생했던 ESS화재와 마찬가지로 ESS는 한번 배터리에 불이 붙어 화재가 시작되면 전소되기 전까지는 불이 안꺼진다”며 “게다가 완전히 다 타버린 상태에서는 원인규명이 매우 힘들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민관합동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 1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ESS 화재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News1
김정훈 민관합동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 1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ESS 화재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News1
실제로 지난 6월 정부(산업통상자원부)의 ‘ESS화재사고 원인조사결과발표’에서도 ESS화재 원인은 ‘복합적 원인’이라고 결론이 나왔다. 이는 특정 원인을 콕 찝어서 이야기 할 수 없다는 말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는 발생한 ESS 화재 23건을 조사해 Δ전기적 충격에 의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Δ운영환경 관리 미흡 Δ설치 부주의 Δ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을 4대 화재원인으로 지목했다.

위원회는 “배터리 셀에서는 일부 제조상 결함을 찾았지만 실증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배터리 제조사에게도 면죄부를 줬다. 정부는 당시 ESS 화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도 내놨다. 화재원인을 토대로 ESS제조, 설치, 운영 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2차례의 사고로 정부의 대책이 유명무실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사고 중 평창 사고는 정부가 ESS가동 중단을 권고했다가 재승인 후 발생한 화재로 알려져 정부의 ESS 관리감독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붙게 됐다.

◇배터리 업계 “한숨만 나온다”

이번 ESS 화재 사고로 배터리 업계는 국내 ESS 발주가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부의 6월 발표 이후 조금 살아났던 국내 ESS 발주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ESS 화재는 원인 규명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데 이로 인해 다시 한번 ESS 발주 시장이 위축된다면 ESS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공급하는 배터리 업체들의 국내 판매 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며 “유수 배터리 업체의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배터리 업계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ESS 화재까지 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회사 중 ESS용 배터리를 제조하는 회사는 삼성SDI와 LG화학이다. 한마디로 국내 배터리 빅3가 모두 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최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 ESS시장은 2017년과 2018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까지 국내 ESS보급량은 1800MWh(메가와트시)로 직전 연도인 2017년 상반기 보급량인 89MWh와 비교해 20배 이상 커졌다. 국내 ESS에 사용되는 배터리 제조사 점유율은 삼성SDI와 LG화학을 합쳐 90%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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