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박제된 천재’ 이상의 작품세계와 삶의 궤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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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연구/권영민 지음/808쪽·3만 원·민음사

이상(1910∼1937)은 ‘이상’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 ‘종생기(終生記)’에서 묘비명에 ‘一千九百三十七年(1937년) 丁丑(정축) 三月(삼월) 三日(삼일)’이라고 적었다. 이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1937년 4월 13일이 된다. 실제 이상이 일본 도쿄대 부속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건 1937년 4월 17일. 서울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참으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이상은 스스로 자신의 종생을 정해 놓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오래도록 이상 문학 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의 작업을 총결산한 책이다. 이상의 인간적 면모와 작품 세계를 조명하면서 이상의 학적부부터 그림과 텍스트까지 저자가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했다. 작품의 실험성과 전위성으로 다양한 해석이 충돌하고, 범상치 않은 궤적으로 삶이 신비화되는 이상과 그의 문학의 실체에 다가가도록 돕는다. 절판된 저서 ‘이상 텍스트 연구’를 대폭 수정하고 새로 밝혀진 사실을 보완했다.

저자는 “사물에 직접적이고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이상의 시는 세계에 대한 인식과 사물을 대하는 주체의 시각을 새롭게 변형시킨다”며 “이상의 문학은 모더니티를 초극하는 경지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이상 연구#권영민#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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