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열흘째 발병원인 ‘깜깜’…뒤늦게 ‘물’ 뒤지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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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7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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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 모니터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농장 현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27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 모니터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농장 현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파 원인이 열흘 넘도록 오리무중인 가운데 정부가 ‘물’에 대한 원인 검사에 뒤늦게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ASF 발병을 확인할 수 있는 야생 멧돼지 관련 시료를 지난해 9월부터 1100여개 채취해 분석했으나, 또 다른 감염원인 하천수에 대한 조사에는 미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분석을 벌였으나, 임진강 등 접경지역 하천수에서 ASF 바이러스를 검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16일 경기 파주시 농가에서 첫 ASF 발생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7일 만에 이뤄진 검사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태풍 ‘타파’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린 21~22일 이후에 치러졌기에 검사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첫 의심신고 이후 정부는 유력한 감염원으로 ‘야생 멧돼지’를 지목한 뒤 발병 농가 주변 멧돼지 폐사체 예찰 등에 총력을 기울였다. 멧돼지는 대표적인 ASF 바이러스 숙주이자 감염원이다.

그러나 ASF가 점차 확산하면서 그 경로가 한탄강~임진강~한강 하구에 이르는 ‘물가’를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SF 발병지역은 현재까지 Δ경기 파주 Δ김포 Δ연천 Δ인천 강화 등 전부 접경지 하천을 접한 곳이다.

하천수 분석이 뒤늦게 이뤄진 이유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첫 1주간) 야생 멧돼지에 대한 연구와 전파 가능성 분석, 특히 폐사체 탐색에 집중했다”면서 “첫 발생지가 임진강 주변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속적인 경향이 확인돼 갑자기 물이 (원인으로) 대두된 것이지, 그것을 사전에 예측하고 포커스를 맞추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유엔(UN)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물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돼 있다”며 “다른 경로로 들어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수질 조사에 대한 부분은 발생 이후에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칫 한반도 돼지 전체가 절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능한 발병 원인을 모두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안이한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환경부는 ASF가 중국 대륙을 강타한 지난해 9월 ‘야생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 대책반’ 구성하고 예찰 강화 등 적극 대응 방침을 세웠다. 이후 야생 멧돼지 폐사체 등에서 1100여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으나 바이러스와 항원 모두를 발견하지 못했다.

반면 남은 음식물, 하천수, 조류를 비롯한 기타 야생동물 등 다른 전파 원인에 대한 관리에는 비교적 느슨했다.

대표적으로 남은 음식물의 경우 양돈농가들은 돼지 급여를 법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내놨으나 환경부는 ASF 발생이 확진된 17일에야 국내 일부 농가로 들어가던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대체하기로 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에서 “양돈농가가 사용했던 하루 1220여t에 달하는 남은 음식물을 대체해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숙주가 아닌 조류 등 다른 매개체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환경부 관계자는 “0%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야생 쥐나 곤충 같은 경우 활동 반경이 좁아 전파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 (활동 반경이 넓은) 조류는 몸에 바이러스를 묻힌 채 환경을 오염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감염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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