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워런 부상에 불안한 월가…“트럼프 지지할래”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27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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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미 정계를 강타한 것과 거의 동시에 ‘바이든 대세론’이 무너지고 반기업, 반월가 기조를 내세우는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즈) 상원의원이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급진 좌파의 아이콘’ 워런 의원의 부상에 불안해진 월가의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은 민주당 지지 철회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경제매체 CNBC은 26일(현지시간) 민주당에 거액의 선거자금을 기부한 재계 거물 몇 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워런 의원이 최종적으로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이번 대선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CNBC는 전했다.

펀드 매니저 출신 짐 크레이머 CNBC ‘매드머니’ 진행자에 따르면, 일부 월가 간부들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거지기 전인 이달 초부터 워런 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당시 워런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엘리자베스 워런이고 이 메시지에 동의한다”고 맞받아쳤다.

월가가 워런 의원의 상승에 이토록 불안해하는 까닭은 그가 대형 은행과 기업을 비판하며 부유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무너진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그는 부유층에 최대 연 3%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밝혔고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독점을 지적하며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2017년 트럼프 정부가 시행한 대규모 감세에 대해서도 “기업만 배불리는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대대적인 법인세 인하와 규제 철폐를 약속하는 등 강력한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다.

워런의 상승세에 충격을 받은 몇몇 대형은행 경영진들과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본격적으로 항전 태세에 돌입했다.

월가 사모펀드의 한 고위 임원은 지난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원으로서 당을 돕고 싶지만 워런 의원이 나를 해칠 것 같아 트럼프 대통령을 돕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의 보복이 두렵다며 익명을 요구했는데, 이 발언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미국 최대 은행의 한 임원은 CNBC에 “월가는 워런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워런의 당선은 은행 산업을 폐쇄하는 것과 같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워런 의원의 정책은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 서명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보다도 월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은 월가 대형 은행의 자본 확충을 의무화하고 장외파생상품 거래와 사모·헤지펀드 감독을 신설하는 등 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해 월가의 반발을 받았다.

대선 후보 시절 골드만삭스 직원들로부터 100만달러(약 12억원)를 후원받기도 하는 등 월가와 ‘잘 지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고액 선거자금 모금을 거부한 워런 의원은 기업을 규제할 때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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