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유료화 추진에 시민들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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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 유료화를 추진하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 유료화를 추진하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태화강 국가정원이 7월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지 3개월 만에 울산시가 국가정원을 유료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태화강 국가정원을 유료화하기 위해 ‘태화강 국가정원 진흥계획 수립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용역 결과는 내년 7월 나올 예정.

산림청은 7월 12일 태화강 지방정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 전남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 국가정원이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곳은 태화강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의 태화강 대공원과 십리대밭 일원 83만5452m²다.

현재까지 검토되고 있는 유료화 방안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십리대밭 사이의 산책로인 ‘은하수길’ 입장료를 받는 것이다. 은하수길은 십리대밭 산책로 400m 구간의 대나무에 발광다이오드(LED) 경관 조명을 설치해 은하수를 연상시킬 수 있게 만든 길이다. 서로 관심 있는 남녀가 연애하기 전 단계인 이른바 ‘썸’을 탈 때 함께 은하수길을 걸으면 연인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낭만적인 장소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시는 은하수길로 통하는 10곳의 출입구를 막고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가정원에 관광열차(가칭 대나무 열차) 노선을 새로 만들어 유료로 운영하거나, 국내외 유명 작가의 정원을 만들어 유료로 입장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말 완공 예정인 오산대교 인도교 유료화도 검토 중이다. 오산대교 인도교는 2021년 3월 완공 예정인 오산대교 아래에 폭 3m, 길이 389m로 건설되고 있다. 인도교 바닥을 태화강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투명 강화유리로 만들어 500원 안팎의 통행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시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에 근거해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국가정원 또는 지방정원을 운영하는 자는 정원에 입장하는 사람으로부터 입장료 및 시설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경우 성인은 8000원, 어린이는 4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최근 열린 시의회에서 “용역 결과 유료화가 필요하다면 각종 시설 보완과 코스 설정 및 프로그램 운영 등을 철저하게 준비해 다채롭고 만족도 높은 시설 운영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울산 중구 태화동에 사는 A 씨(56)는 “시민들이 국가정원 지정 촉구대회와 서명에 적극 참여하는 등 시민들의 힘으로 태화강 국가정원을 이뤄냈다”며 “국가정원이 지정되자마자 유료화부터 하겠다고 하니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시가 태화강 국가정원 내에 있는 축구장 4개를 주차장으로 전환하기로 하자 축구 동호인들도 반발하고 있다. 동호인들은 “시가 축구장 대체 부지 마련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주차장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국가정원을 유료화하더라도 은하수길 등은 울산 시민에게는 무료화하거나 할인해 줄 예정이며, 축구장 대체 부지도 조만간 확보해 동호인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와 산림청은 다음 달 18일 태화강 국가정원 선포식을 열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오산대교 인도교도 임시 개통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태화강#국가정원#태화강 유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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