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요양병원 화재, 방화문 열려있어 피해 커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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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보일러실 불끄다 그냥 대피… 유독가스 순식간에 병실로 번져
전문가 “반드시 방화문 닫아야”


2명이 숨지고 4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24일 경기 김포시 요양병원 화재 당시 최초 발화지점인 병원 보일러실 문이 10여 분간 열려 있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직원들이 직접 불을 끄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자 보일러실 문을 열어둔 채 대피했는데 이 때문에 연기와 유독가스가 병원 복도와 병실에 빠른 속도로 퍼졌다.

25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병원의 관리직원 4명은 전날 오전 9시경 건물 4층 보일러실의 산소탱크에서 불길이 치솟자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다. 이들은 보일러실 문을 열어두고 복도를 오가며 소화기를 가져와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소방서에 “불이 났다”고 전화로 신고한 뒤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보일러실 문은 열어둔 채였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보일러실 문은 열려 있었다. 신고를 받은 119소방대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11분 가까이 걸렸다. 이 사이 연기와 유독가스가 복도와 병실 등으로 유입된 것이다. 병원 보일러실 문은 불길과 연기가 퍼지는 것을 일정 시간 막아줄 수 있는 방화문이었다.

생존자들은 유독가스가 병원 복도를 빠르게 메웠다고 했다. 보일러실 바로 맞은편 병실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간병인 박경숙 씨(71·여)는 “병실 문을 열었는데 복도에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며 “몇 분 뒤엔 병실 천장 환풍구 쪽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병인은 경찰과 소방 당국의 합동 조사에서 “폭발음을 듣고 복도로 나왔는데 복도에 연기가 가득했고 보일러실 쪽에서 불꽃이 보였다”고 진술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불길은 보일러실 바깥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유독가스가 복도와 병실에 퍼지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불길을 발견했을 때 곧바로 119에 신고한 뒤 보일러실 문을 닫아뒀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1월에도 화재 현장에서 방화문을 열어둔 채 대피해 피해를 키운 사례가 있었다. 당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집주인이 현관문을 열어두고 대피하면서 유독가스가 복도로 빠르게 흘러나왔다. 주민들이 화재 경보음을 듣고 복도로 나왔지만 이미 가득 찬 연기를 들이마셔 6명이 중태에 빠졌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직접 불을 끄기 힘든 상황이라면 반드시 현관문 등 철문을 닫아두고 대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포 요양병원 화재#방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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