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과감한 대북외교 추진중”… 적대관계 청산 의지 밝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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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지난 주말 평양서 실무접촉
靑 “근본적 관계 전환 시작됐다”… 김정은 11월 부산방문도 불지펴
외교가 “연내 北美정상회담 열고 양국 정상이 종전선언 가능성도”
일각 “美 새로운 제안 없어” 신중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고 있다. 뉴욕=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고 있다. 뉴욕=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춰 섰던 북한 비핵화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미가 이미 지난 주말 평양에서 사전 접촉을 통해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와 관련해 ‘새로운 방법(new method)’과 북한에 대한 ‘과감한 외교(bold diplomacy)’를 강조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과감한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은 평화를 존중하는 어떤 국가도 우방으로 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 불사용 원칙을 재확인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비핵화 협상을 통한 적대관계 청산 의지를 밝힌 것.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평양에서 사전 접촉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을 계기로 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이를 기점으로 북-미의 사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미국에서 북-미 관계를 놓고 ‘근본적 관계 전환(transfrom)’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백악관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전면적인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 등을 맞바꾸는 빅딜에서 벗어나 종전선언과 수교협상 개시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비핵화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연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비핵화가 당장 큰 진전을 내기 어렵더라도 북-미 정상이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1월 부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에 불씨를 지피는 등 남북대화 복원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하고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의 열기가 완전한 평화로 완성되기를 바란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와대가 북-미 실무협상의 기대를 띄우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가 높게 평가하고 있는 북-미 관계의 ‘근본적 관계 전환’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하노이 노딜’ 전인 올 1월 말 스탠퍼드대 연설 등에서 수차례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야당에선 청와대와 여당이 김 위원장 답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앞장서서 낙관론을 펴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정원이 뜬금없이 ‘김정은 답방설’을 흘리는데, 정권 유지 수단이 북풍(北風)밖에 없냐”며 “결국 조국 (의혹) 덮기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북-미 간에 북핵 이견이 좁혀지고 합의가 도출되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며 “굉장히 여러 가지 충족되기 어려운 조건이 있는데 과연 성사가 될까 하느냐는 이야기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고 말했다.

뉴욕=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최우열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한미 정상회담#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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