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크래프트 막걸리’…젊은 감성 더한 맛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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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의 막걸리가 다 모였다. 젊은 감성을 더한 ‘크래프트 막걸리’까지 가세해 다양한 맛과 풍성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위드米 페스티벌’의 부대 행사로 진행된 ‘우리술 야외 시음회’에서 개성 강한 막걸리를 만날 수 있다.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120여개 중소기업과 농업인이 참여한다. 상품력은 우수하나 판매망이 취약한 우리쌀 제품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서울시와 농협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크래프트 막걸리’다. 도깨비술, 술취한원숭이, 호랑이배꼽 생막걸리, 산소막걸리 순수령, 술 헤는 밤 등 기존에 없었던 독특한 이름과 콘셉트를 가진 제품들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크래프트 막걸리란 기존의 막걸리가 가진 고정관념 및 편견을 깨며 맛과 향, 패키징과 디자인까지도 차별화된 제품군을 말한다. ‘크래프트 맥주’에서 그 의미를 차용해 만든 단어로 지역 기반의 소규모 양조장에서 남다른 개성을 담아 만든 막걸리를 지칭한다. 금계당, 도깨비양조장, 두루전통양조, 술샘, 천비향, 청산녹수, 술빚는 전가네, 술아원, 추연당 등의 양조장들이 전통주 업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선보인 독특한 크래프트 막걸리 6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깨비술은 충북 단양을 기반으로 하는 도깨비양조장의 대표 막걸리다. 세련된 제품 디자인이 돋보인다. 포장 용기의 색깔에 따라 도수를 달리해 선택의 재미를 더했다. 하늘색 병은 7도, 분홍색은 9도, 보라색은 11도로 알코올 도수를 차별화 했다. 도깨비술은 제조 후 보관 기간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데, ‘1~7일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 8~16일 잊을 수 없는 맛, 17~30일은 도깨비도 깜짝 놀랄 맛’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하고 있다.


용인을 기반으로 하는 양조장 숨샘의 빨간색 막걸리. 막걸리의 색깔이 빨간색인 이유는 홍국쌀을 사용해 술을 빚었기 때문이다. 홍국쌀은 홍국균(붉은 누룩)을 첨가해 만들었다. 홍국쌀은 8세기 경 중국 당나라에서부터 음식을 만들 때 사용했다고 한다. 밥을 지은 후 빨간색 누룩을 입혀서 발효한 뒤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홍국쌀이 완성된다. 제조과정이 일반 쌀 보다는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병당 가격도 7000원으로 높은 편이다. 알코올 도수가 10.8도인데 108번뇌를 1/10으로 줄여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밝은세상영농조합이 만든 ‘호랑이 배꼽 생막걸리’는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막걸리다. 평택은 우리나라 전체 지도로 보아 호랑이의 배꼽 위치다. 평택 이씨 집성촌에서 자란 창업주가 이러한 의미를 담아 막걸리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생쌀을 갈아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인공감미료와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도 평택의 ‘좋은술’에서 만든 막걸리. 술이 완성된 후에도 100일을 숙성하고 9개월간의 저온 숙성을 거쳐 만든 약주다. 술의 숙성기간이 길어지면 술의 향과 맛이 깊어지는데 ‘천비향 오향주’는 오감을 자극하는 풍부한 풍미가 일품이다. 천비향은 오양주 제조기법으로 만든다. 오양주는 ‘술을 5회에 걸쳐 빚는다’는 뜻으로, 또는 술 빚는 법에 따른 분류법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전통 술은 술 빚는 횟수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오양주 등으로 구분한다. 알코올 도수는 14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전남 장성의 청산녹수 양조장 만든 편백숲 막걸리 시리즈. 인공적인 첨가물이 없이 물, 쌀, 누룩으로 순수하게 빚은 막걸리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독일의 ‘맥주순수령’에서 그 의미를 따왔다.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은 1516년 독일 인골슈타트에서 개최된 바이에른 주 의회에서 맥주의 품질을 지키고자 공포한 법령이다. 맥주의 성분은 호프, 보리(맥아), 물 등 3가지에 한정되며 다른 어떤 물질도 첨가돼서는 안 된다는 제조 공법을 규정한 법이다. 편백숲 산소막걸리 ‘순수령’은 오직 멥쌀, 찹쌀, 누룩, 물로만 빚어 막걸리 본연의 맛을 찾은 무첨가 막걸리다. 청산녹수 연구소의 O2 발효 기술과 한국식품연구원이 전통누룩에서 찾은 토종효모를 사용했다. 저온에서 장기 발효와 숙성을 거쳐 부드러운 맛과 달콤한 향기가 특징이다.


경기도 여주의 ‘술아원’에서 찹쌀을 기반으로 만든 막걸리. 찹쌀을 사용해서 쌀이 가지고 있는 단맛을 냈는데 인공 첨가물 보다 쌀이 가지고 있는 단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술아 핸드메이드 막걸리’는 쌀 좋기로 유명한 여주 지역 쌀, 물, 누룩만을 사용해 전통양조방식 그대로 만들었다. 여주쌀 100%를 표현하기 위해 쌀 캐릭터를 레이블에 담았는데 물에 불어 귀엽게 퍼진 쌀의 모습이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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