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엔총회서 中 압박…“나쁜 합의 받아들이지 않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16시 53분


코멘트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불공정 무역과 홍콩 민주화시위까지 들먹이며 중국을 집중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합의(bad deal)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10월 고위급 무역협상에 나설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약속한 개혁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거대한 시장 진입장벽, 막대한 국가 보조금, 환율조작, 상품 덤핑, 기술 강제 이전, 방대한 규모의 지적재산권 절취에 의존하는 경제 모델을 수용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중국 정부 소유 기업이 87억 달러 가치(약 10조 4000억 원)의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디자인을 훔쳤다는 사례까지 제시했다.

이번 연설에는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홍콩 민주화 시위도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홍콩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영국과 맺은 구속력 있는 조약을 존중하고 홍콩의 자유와 법체계, 민주적 삶의 방식에 대한 보호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 간 홍콩의 민주화시위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 발언은) 특히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양국(미중) 모두에 호혜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중국과 고위급 무역협상이 2주 뒤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래는 글로벌리스트(세계화주의자)가 아니라 애국자(patriot)의 것”이라며 “세계화주의가 지난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국익을 무시하게 했다. 미국에 있어서는 이런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외교 노선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엔 무대를 활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저녁 뉴욕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미국의 오해가 양국 간의 건강한 관계에 핵심 방해물”이라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왕좌의 게임’을 벌이거나 미국의 세계적 역할을 대체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하는 동안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회의장에서 졸았다는 미 언론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CNBC는 “부유한 사업가 출신인 로스 장관은 보스(트럼프 대통령)가 중국과 무역협상에 대해 얘기하는 동안 ‘매우 긴 쪽잠(nap)’을 잤다”고 전했다. 로스 장관이 15분간 눈을 감고 있었다는 것. 로스 장관은 이에 “가짜뉴스”라고 부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영감을 주는 연설 동안 보청기를 끼고 발언 내용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