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 스캔들’ 탄핵 위기에…北核 협상에도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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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2019.6.30 청와대사진기자단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2019.6.30 청와대사진기자단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남은 유엔총회 및 정상회담 일정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매달린다면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 미중 무역협상 등에도 큰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북핵 협상 우선순위 밀릴 수도

이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회원국 정상들의 총회 연설.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약 35분의 연설 내내 지친 표정으로 다소 힘없는 목소리를 이어갔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모든 신경이 쏠린 탓 아니냐”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를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에도 워싱턴을 비웠다. 당시 과거 그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해 대통령에 불리한 의회 증언을 앞두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하노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이유의 하나도 러시아 스캔들에 신경이 쏠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과의 회담, 기자회견, 만찬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취재진들은 그에게 유엔이 아닌 탄핵에 관한 질문만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탄핵 움직임에 맞대응하기 위해 당분간 외교안보 현안을 후순위로 미뤄놓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하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논란을 덮고 재선 승리에 필요한 외교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 이란, 중국 등 핵심 외교안보 사안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란 정반대의 관측도 내놓고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9월 하순 협상 재개 용의를 밝힌 만큼 양국 실무진 협상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내년 대선까지 논란 지속될 듯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의혹에 대해 조사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49)는 2014년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사 부라스마홀딩스 이사가 됐고 수십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2016년 3월 현직 부통령이던 바이든 후보는 페트로 포로센코 당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10억 달러 보증 철회를 거론하며 부라스마 비리를 수사하려던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주 미 언론들은 한 정보기관 내부 고발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이기기 위해 군사 지원 등을 거론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사를 종용했다”고 일제히 보도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민주당은 현재 하원 435석 중 과반인 235석을 점유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탄핵안을 상정하면 과반 찬성이 필요한 하원에서는 가결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100석인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3석을 점하고 있는데다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통과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상원 가결 여부에 관계없이 대선을 1년 정도 남긴 상황에서 탄핵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 자체가 현직 대통령이 누릴 이점을 상당부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는 이번이 4번째다.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공무원 재직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탄핵에 직면했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이 탄핵 조사에 돌입하자 자진 사임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에 따른 위증 및 사법방해 의혹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하원에서 부결됐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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