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北 안전 현실적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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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5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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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강화 등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강화 등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나는 오늘 유엔의 가치와 전적으로 부합하는 이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12번째로 기조연설에 나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나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Δ전쟁불용의 원칙 Δ상호 간 안전보장의 원칙 Δ공동번영의 원칙을 제시한 뒤 이같이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3가지 원칙 중 우선 ‘전쟁불용의 원칙’에 대해선 “한국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정전을 끝내고 완전한 종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상호 안전보장의 원칙’으로 “서로의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며 “적어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공동번영의 원칙’에 대해 “평화는 단지 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 포용성을 강화하고 의존도를 높이고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며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경제는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 구축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비무장지대에 대해 “70년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생태계 보고로 변모했다”며 “JSA(공동경비구역), GP(감시초소), 철책선 등 분단의 비극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는 상징적인 역사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무장지대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며 “나는 남북 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고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되어 있는데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국제사회와의 지뢰 제거 공조를 제안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化) 의미에 대해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라며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 합의하고 끊어진 철도와 도로 연결 작업에 착수해 북한의 철도 현황을 실사했으며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착공식도 개최한 바 있다”며 “이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기반을 다지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허리인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뀐다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그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 과정과 함께 앞서 밝혀 왔던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을 국제사회에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등 북미간 대화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한반도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동력이 됐다”며 “지금 한반도는 총성 몇 발에 정세가 요동치던 과거와 분명하게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끊임없는 정전협정 위반이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때로는 전쟁의 위협을 고조시켰지만 지난해 9·19 군사합의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위반행위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최초로 북한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라며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미 정상 간 굳은 신뢰가 판문점에서의 전격적인 3자 회동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그 행동 자체로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걸음이었다”며 “나는 두 정상이 거기서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은 여전히 건재하고 남과 북,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뿐 아니라 그 이후의 경제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에 대해선 “한국은 평화가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고 경제협력이 다시 평화를 굳건하게 하는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한국은 북한과 대화를 계속해나가며 유엔 회원국들의 협력 속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길을 찾아내고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과거에 대한 성찰과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적인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며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웃국가들을 동반자라 생각하며 함께 협력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로 ‘사람 중심, 상생번영의 공동체’를 확장하고자 한다”며 “오는 11월 한국의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그 초석을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은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1만7000명의 장병을 파견했고 질병과 자연재해에 고통받는 세계인들과도 함께 해왔다”며 “한국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주도한 ‘평화유지구상’과 ‘공유된 책무에 대한 선언’을 지지하며 ODA(공적개발원조) 규모를 더욱 늘려 평화와 개발의 선순환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한국은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평화, 인권, 지속가능 개발이라는 유엔의 목표를 실현하는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유엔의 궁극적 이상인 ‘국제 평화와 안보’가 한반도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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