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다리로 번개같은 발놀림… ‘19세 돌려차기王’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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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태권도 58kg급 세계1위 예약 장준

차세대 태권 황제 장준이 도복을 입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호들을 제치고 세계태권도연맹(WT) 남자 태권도 58kg급 올림픽 세계 랭킹 1위를 예약한 그는 “노력 끝에 1위에 오른 만큼 앞으로 오랫동안 (최고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차세대 태권 황제 장준이 도복을 입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호들을 제치고 세계태권도연맹(WT) 남자 태권도 58kg급 올림픽 세계 랭킹 1위를 예약한 그는 “노력 끝에 1위에 오른 만큼 앞으로 오랫동안 (최고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연초에 올해 목표로 1위 등극을 세웠어요. 그래도 12월에야 가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뤘습니다. 아직 실감이 안 납니다.”

해맑은 표정으로 말문을 연 그는 아직도 고교생 티가 나는 앳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평소 흰색 도복을 입고는 독종으로 변한다. 단체훈련이 있는 날에는 훈련장에 남아 1시간 넘게 개인훈련을 한다. 대회에 나가 패하고 돌아온 날에는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분해 발차기 연습만 수백 번 한다.

새로운 태권 황제를 꿈꾸는 19세 장준(한국체대)이다. 장준은 다음 달 발표되는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세계 랭킹 남자 58kg급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린다. 이 체급에선 간판스타 김태훈(25·수원시청)이 2016년 1월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장준은 14일 일본 지바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우승으로 김태훈을 처음 추월하게 됐다. 김태훈은 이 대회 16강에서 탈락했다.

2년 전 성인무대에 데뷔한 장준은 지난해 8월 월드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자’가 되면서 주목받았다. 국내 대표선발전에서 세계선수권 4연패를 노리던 김태훈을 밀어내고 태극마크를 단 그는 세계선수권(5월)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키 182cm에 유달리 팔다리가 긴 장준의 특기는 회전기술이다. 큰 기술에 해당하는 돌려차기를 상대방의 얼굴(5점), 몸통(4점) 등에 능수능란하게 적중시켜 보는 이들을 통쾌하게 한다. 최근 대회 결승전에서도 이란의 아르민 하디푸르 세이갈라니(5위)를 상대로 0-6으로 뒤지다 큰 기술을 연달아 성공하며 22-14 역전승을 거뒀다. 장준은 “승리만 생각하면 (주먹 등) 작은 기술을 부지런히 쓰는 게 맞다. 하지만 연습하면 (큰 기술을) 못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엘리트 선수가 돼 중학교 3학년에 처음 전국대회 1등을 했다는 자칭 ‘둔재’는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함께 월드스타 이대훈(대전시체육회)처럼 “‘태권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

“대표팀에서 대훈이 형과 한 조로 훈련했는데 ‘태권도에 미친 게 이거구나’ 싶었어요. 최고가 돼도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그가 기억에 남는다고 꼽는 경기가 있다. 2017년 8월 성인대회 데뷔전과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경기 대표선발전에서 김태훈과의 대결이다. 두 번 다 패했기에 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질 만한 경기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마치 방금 진 것 같은 분함이 서려 있다. 패배 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훈련했다는 그는 그래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 랭킹 1위에 오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태훈 등 경쟁자가 많은 현실 속에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내년 초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해야 한다. 부담감이 만만찮은 상황. 하지만 그의 각오가 단단한 주먹만큼이나 다부지게 들렸다.

“태권도를 시작할 때 제가 여느 영재들처럼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아니었어요.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여기까지 왔어요(웃음). 한 번 오른 정상에서 내려오기 싫습니다.”

그랑프리 우승 후 일주일 휴가를 얻었다는 태권도 샛별은 인터뷰를 마친 뒤 개인훈련을 위해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장준#태권도#세계태권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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