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종교 자유 행사 참석 트럼프, 北 언급 안해…대북 유화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4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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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뉴욕 유엔총회의 첫 공식 일정으로 ‘종교 자유’ 행사장을 찾아 연설했다. 현직 미 대통령이 유엔 본부에서 종교 자유 행사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종교의 자유 보호를 위한 국제적 요구’ 행사 연설에서 “세계 인구의 약 80%가 종교의 자유가 위협, 제약, 금지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미국은 세계 모든 나라들이 종교적 박해를 끝낼 것을 요청한다. 이를 위해 2500만 달러(약 360억 원)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테러,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총격, 스리랑카 성당 폭탄테러 등을 거론하며 종교 박해를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종교 탄압이 심각한 북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북한은 종교 활동에 대한 가혹한 처벌과 구금 등을 이유로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의 ‘특별 우려국’에 올라 있다.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의식한 대북 유화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행사장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행정부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위구르계 이슬람교도 탄압,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반유대주의 발언, 이란의 기독교도·유대교·수니파 이슬람신자 탄압 등을 강력 비판했다. 하지만 다만 그 역시 북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주재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장을 깜짝 방문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전임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했다. 지난달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때도 관련 회의에 불참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성난 자연이 전 세계에서 분노로 반격하고 있다”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특히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도 연사로 나서 “미래 세대의 모든 눈들이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세계 지도자들을 맹렬히 질타했다. 인터넷매체 버즈피드 등은 툰베리가 행사장에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화난 표정으로 쏘아보는 장면을 소개했다. 이 동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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