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美서 자율주행 2兆 투자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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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을 앞에서 이끄는 ‘톱 플레이어’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20억 달러(약 2조3910억 원)를 미국 유력 자율주행 기업에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이 기업에 투자한 규모로는 역대 최대로 미래차 시장의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23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자동차 부품 및 SW 기업인 앱티브와 미국에 합작회사를 세운다고 밝혔다.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내년 중 설립할 예정이다. 신설 법인은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 및 로봇택시 사업자 등이 사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플랫폼용 SW를 개발해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소유하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직접 투자금 16억 달러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 가치 등 총 20억 달러를 출자한다. 연산 30만 대 규모의 해외공장을 건설하는데 대략 1조 원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2개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고도 남을 수준을 미래차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 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합작회사에 출자한다. 합작법인 이사회는 양측 동수로 구성돼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게 된다. 대표이사를 어느 쪽이 맡을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앱티브는 차량용 전장 부품 및 자율주행 분야의 인지시스템과 SW 등을 보유한 회사로 전 세계에 임직원이 14만 명이 넘는다. 특히 앱티브가 핵심 사업 분야로 개발 역량을 모으고 있는 레벨 4단계(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변 상황에 맞춰 주행) 이상의 순수 자율주행 분야는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에 이은 글로벌 3위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차는 미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한 과감한 행보를 이어왔다.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중국 바이두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7월 러시아 최대 정보통신(IT)기업인 얀덱스와 러시아 전역에서 로봇택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업체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우리가 한 발 앞서려면 자율주행 SW를 단순히 공급받는 것만으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합작법인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되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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