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올 때마다 공항 난리통…비상 매뉴얼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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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3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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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접근하면서 제주를 기점으로 한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국제공항에 항공편을 구하기 위한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19.9.22 /뉴스1 © News1
지난 22일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접근하면서 제주를 기점으로 한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국제공항에 항공편을 구하기 위한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19.9.22 /뉴스1 © News1
“비행기 결항도 속상한데 급하게 숙소를 구하려니 너무 비싸네요.”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제주와 한반도를 휩쓸고 간 지난 22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만난 A씨(37)가 휴대폰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가족들과 제주에 여행을 왔다가 발이 묶인 A씨는 항공기 결항 소식에 뒤늦게 숙소를 구하려고 했지만 하루 숙박에 2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고민이 깊어졌다.

이날 제주공항에는 태풍 ‘타파’에 따른 기상악화로 인해 첫 항공편부터 줄지어 운항이 취소됐다. 이날 하루 제주 출발 196편을 포함해 총 395편이 결항됐다. 이로 인해 약 3만명 이상이 제주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사들은 일찍이 결항 소식을 이용객들에게 알렸지만 이날 오전부터 제주공항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혼잡이 발생했다. 주말에 걸쳐 여행을 왔던 관광객들이 다음 날 출근과 학교 등교 등이 어렵게 되자 급한 마음에 제주공항으로 달려온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항공편 예약이 어렵자 일찍이 포기하고 공항을 떠나기도 했지만 대기 승객 명단에 이름이라도 올린 이들은 기상상황에 따라 언제 항공편이 재개될지 알 수도 없어 공항을 떠날 수도 없었다.

항공사로부터 23일까지 항공편 예약이 어렵다는 안내를 받은 관광객들은 숙소라도 구하려고 했지만 당일 공항인근 숙소 예약이 어려울뿐더러 방이 있다고 해도 비싼 가격에 망설였다.
지난 22일 제17호 태풍 ‘타파(TAPAH)’ 영향으로 제주 기점 항공편 결항이 이어져 제주국제공항에 항공편을 구하려는 이용객들이 몰렸다. 2019.9.23 /뉴스1 © News1
지난 22일 제17호 태풍 ‘타파(TAPAH)’ 영향으로 제주 기점 항공편 결항이 이어져 제주국제공항에 항공편을 구하려는 이용객들이 몰렸다. 2019.9.23 /뉴스1 © News1

이에 제주공항 대합실 곳곳에는 찬 바닥에 자리를 잡고 기약없이 기다리는 이용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침부터 길어진 기다림에 지친 이들은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무릎담요를 깔고 누워 자기도 했다.

공항 대합실 한쪽에 돗자리를 펴고 어린 자녀들을 재우던 B씨(45)는 “밤 늦게라도 항공기가 뜰 수 있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이 비바람에 어디 나가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공항 운항이 재개된 것은 오후 7시를 훌쩍 넘겨서다. 이 시간까지 제주공항에는 항공편을 구하려는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대합실은 하루종일 북적였다.

이번 태풍 ‘타파’ 사태와 같이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제주공항에서 무더기 항공편 결항이 발생할 때마다 이용객들의 불편과 혼란은 반복되고 있다. 2016년에는 한파 및 폭설 사태로 제주공항 운영이 중단되면서 1500여 명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워 ‘공항 노숙객’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 제주도청과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제주지방항공청은 2016년 1월 한파 및 폭설에 따른 제주공항 대란 이후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상황 통합 매뉴얼을 마련했다.

같은해 3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각 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협약까지 체결해 마련한 통합 매뉴얼은 비상상황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에 따른 대응방안이 담겼다.

매뉴얼에 따르면 지난 22일과 같이 당일 제주 출발 예정 항공편 중 50% 이상이 결항되거나 심야에 공항에서 노숙하는 체류객이 500명 이상일 경우는 제주공항 비상상황 4단계 중 세번째 단계인 ‘경계’에 해당한다.

관심 및 주의 경보단계에서는 한국공항공사와 제주지방항공청이 협의해 자체적으로 체류객에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계 단계에서는 3개 지자체 및 기관이 합동으로 체류객 대책종합지원상황실을 꾸려 특별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 때 제주관광공사 등 유관기관이 상황실에 참여하게 된다. 또 임시편 운항을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공항 내 음식점 및 편의점의 영업시간을 연장한다.

그러나 지난 22일에는 이같은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제주가 태풍 ‘타파’의 영향권에 들면서 제주공항 결항 항공편 수는 당초 계획된 항공편의 80%를 웃돌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 22일에는 제주에 태풍경보가 발효됐고 항공기 결항이 사전에 고지됐다”며 “심야에 제주공항에서 노숙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한국공항공사와 제주지방항공청이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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