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유엔총회서 호르무즈 해협 평화 협력 방안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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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이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평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이란 영문매체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이라크전 39주년 기념 군 열병식’에 참석해 “올해 유엔 총회에서 ‘희망의 동맹’이란 슬로건이 담긴 ‘호르무즈 평화 구상’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평화 구상은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막는다는 이유로 동맹국과 함께 ‘호르무즈 호위 연합’으로 불리는 군사 동맹체를 만드는 것에 대응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하니 대통령은 “외국 군대(사실상 미군을 의미)의 주둔은 항해와 석유 유통과 관련된 안보에 위험하다”며 “우리가 가려는 길은 지역 국가들과 통합 및 협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미국)이 진정으로 지역의 안전을 도모한다면 전투기와 폭탄 같은 위험한 무기를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며 “그들은 이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 공격을 감행한 대상으로 이란을 꼽고 있다. 또 20일에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미사일 방공망 강화를 위해 수백 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이란 안팎에선 미국과 이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될 로하니 대통령의 호르무즈 평화 구상은 관심은 끌겠지만 지지를 이끌어내는 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위치한 주변 국가들은 사우디와 UAE를 비롯해 대부분 미국을 우방으로 여기는 나라들이다. 또 최근 미국과 사우디가 이란이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다는 증거를 계속 공개하고 있다. 가디언은 “로하니 대통령의 제안이 인기를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의 호르무즈 평화 구상 제안과 관련해 “들어보겠다. 나는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파스통신 등은 7월 19일 이란에 나포돼 억류돼 있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조만간 석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나포 당시 이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어선과 충돌했는데도 구조하지 않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역방향으로 도주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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