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타파에 인명·재산 피해 속출…‘무너지고 쓰러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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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3일 0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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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평화로 보조도로에서 쏟아진 빗물에 차량 한 대가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평화로 보조도로에서 쏟아진 빗물에 차량 한 대가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17호 태풍 ‘타파’가 한반도를 휩쓸어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최대 700mm 이상 폭우가 쏟아졌고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42.2m에 달했다.

육지에 상륙하지 않고 대한해협을 지나갔지만 타파의 영향력은 강력했다.

21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을 떠받치는 기둥이 붕괴해 주택 일부가 무너져 1층에 거주하는 A씨(72)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주택 잔해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동대구분기점 진출입로에서 포항을 출발해 동대구로 가던 시외버스 1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받고 도로 옆 10m 아래로 추락해 승객 1명이 숨졌고 1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울산시 울주군 온산항 유화 부두에서 선장 B씨(66)가 자신의 선박이 표류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나와 배를 인양하려고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태풍 영향권에 들기 전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 등으로 사망자 3명을 태풍 피해 사망자로 공식 집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태풍 간접 영향 등으로 인한 피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오후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건물 옆 외벽에서 벽돌이 무너져내려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뉴스1
22일 오후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건물 옆 외벽에서 벽돌이 무너져내려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또 중대본 집계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부산에서만 강풍에 밀려 넘어지거나 빗길에 미끄러지는 등 20명이 다쳤다.

이날 경북 고령군 성산면 한 공영주차장에서 무너진 담벼락에 80대 남성이 깔려 다쳤고, 곡성군 한 초등학교 체육관의 통유리가 깨져 C씨(54) 등 40~50대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주시 건천읍 한 기도원에서는 건물 안까지 차오른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한 70대가 소방당국에 구조되기도 했으며 경남 사천시 동금동 한국전력 건물 인근에서 지붕 패널이 아래로 떨어져 행인 1명이 다쳤다.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중대본이 밝힌 인명피해는 이날 전남 목포 한 교회에서 무너진 외장 벽돌에 머리를 심하게 다친 55세 여성이 유일했다.

부산에서는 강풍 사고 안전 조치와 구조작업에 나선 소방관 2명도 다쳤다.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한 주택에서 지붕이 내려앉아 소방대원이 안전조치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한 주택에서 지붕이 내려앉아 소방대원이 안전조치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가장 먼저 타파의 강풍 반경에 든 제주에는 전날부터 최대 778.5mm(어리목)의 물폭탄이 쏟아지고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이 불어 농경지와 도로, 주택 등이 침수됐다.

건물 외벽 타일과 벽돌 등이 파손되거나 유리창이 깨진 곳도 있었으며, 간판이 강풍에 떨어지거나 교통표지판과 가로등이 쓰러지는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천연기념물 445호인 섬진강 소나무숲인 하동군 하동읍 하동송림에서도 강풍에 소나무 1그루가 쓰러졌다.

수확 철을 앞두고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나주·신안·해남·진도·목포에서 496ha의 농경지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장성·무안·광양·여수의 논 57ha에서 벼가 쓰러졌다. 전북에서도 지붕 파손 등 4건의 물적 피해와 49ha 농경지에서 농작물이 쓰러지거나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오후 11시 기준 중대본 집계 결과 민간시설 21건, 공공시설 90건의 피해가 보고됐다.

22일 오후 수영구 남천동매립지 방파제가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오후 수영구 남천동매립지 방파제가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와 울산 등에서 도로 침수 22건이 발생했고 가로등·교통표지판·신호등 등 파손은 27건으로 파악됐다. 민간시설 중에서는 주택 7동과 농경지 6개소 총 20만6000㎡가 침수됐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담장 하부 축대가 넘어졌고 부산과 울산에서 어선과 요트 등 선박 5척이 좌초·표류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에서 1만5890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으며 제주도 일부 지역은 단수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항공기·여객선 결항과 도로 통제도 이어졌다. 김해와 제주, 김포 등 11개 공항에서 256편이 결항했고 94개 항로의 연안여객선 130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지리산과 한려해상 등 국립공원 20곳에서 504개 탐방로의 출입이 금지됐으며 경남 거가대교와 국도 2호선 광양 세풍대로 상행선 등 도로 20곳이 통제 중이다.

낙동강 김천교와 동진강 정읍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가 해제됐다.

22일 오후 울산 북구 진장동의 한 상가 건물 간판이 강풍에 넘어져 있다. 사진=뉴스1
22일 오후 울산 북구 진장동의 한 상가 건물 간판이 강풍에 넘어져 있다. 사진=뉴스1


타파는 대마도를 지나며 약화됐으며 울산 주변 해역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는 중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대한해협에 진입한 뒤 대마도 지면과 마찰 등으로 약해졌다”며 “앞으로 태풍 특보는 강풍 특보 등으로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파는 23일 오후 일본 홋카이도 부근까지 이동한 뒤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경상도 동해안을 중심으로 23일 새벽까지 시간당 20~30mm 내외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끝까지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타파는 23일 3시 현재 독도 남쪽 약 14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51km 속도로 북동진하고 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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