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간호계 ‘태움’…“권위주의가 한몫”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2일 0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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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진상조사, 고용부 근로감독 등
비이성적 태움 사례들 공식적으로 드러나
왜곡된 유교문화, 권위주의 등 영향 미친 듯

폐쇄적인 조직문화 속에 은폐돼 있던 간호업계의 ‘태움’(간호사 선·후배 사이 특유의 괴롭힘 문화)이 올해 들어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진상대책위)가 고(故) 서지윤 간호사에 대해 태움으로 인해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올해 6월에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통해 처음으로 태움 관행을 확인했다. 공공연하게만 떠돌던 간호사 사회의 비이성적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2일 진상대책위 보고서에 따르면, 진상대책위는 서 간호사 사망 사건의 다양한 원인 중 하나로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을 꼽았다. 그러면서 102병동에서 불공정한 근무표 배치로 괴롭힘을 당한 끝에 행정부서로 배치된 서 간호사가 그곳에서도 “괴롭힘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정황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에는 “실제로 고인을 세워두고 ‘네가 그리 잘났어’라며 모욕을 주는가 하면, 행정부서 업무의 필수적인 책상·컴퓨터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고도 기술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종합병원 50개소를 대상으로 벌인 근로감독을 통해서는 ▲수습 간호사가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꼬집힘 등을 당하는 사례 ▲신입 간호사가 업무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선배 간호사에게 지속적인 폭언을 들은 사례 등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같은 태움 문화는 한국만의 왜곡된 유교문화, 권위주의 등이 겹쳐지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급자에게 지나친 존중을 요구하는 집단적 문화가 태움을 가속화 한다는 것이다.

2014년 논문 ‘직장 내 괴롭힘 개념 개발: 병원간호사를 중심으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불안정한 심리뿐만 아니라 위계성이 강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조직문화에서도 태움 문화의 원인을 찾고 있다.

이 논문은 “괴롭힘의 선행요인은 불안정한 피해자와 가해자, 괴롭힘을 조장하는 조직체계, 가해자와 피해자간 힘의 불균형, 가해자들의 동조망 등이었다”면서 “권위적이고 엄격한 위계문화, 책임의 모호함, 성과중심적인 분위기, 조직 내성과 합법적인 권한 부여의 과정 속에서 괴롭힘은 더욱 조직 내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고 언급한다.

또 “나이가 많거나 권위가 있는 경우에는 존중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유교주의 사고가 직장 내 괴롭힘을 정당화 시킬 수 있음을 주장한 연구처럼, 선배 간호사나 관리자들이 빈번하게 하는 괴롭힘이 조직에서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고도 기술했다.

진상대책위 보고서도 간호조직의 전반적인 성격과 관련, “파트장(수간호사)에게 실질적 권한이 부여된 위계가 강한 조직으로, 간호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경화 한림대 간호학부 교수는 “다른 조직에 비해 보건의료계가 대단히 폐쇄적인 게 있다”면서 “(서울의료원 관련) 사건의 경우도 침묵하게 만드는 조직 안에서 오랜 학습을 통해 문제를 이야기해도 긍정적인 결과로 연결되는 모습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을테니 어떤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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