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라이프 인프라 구축-향토 자원 브랜드화… 사라져가는 ‘지역’을 살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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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

30일 대전 유성구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역 농산물(바른유성찬) 공급 업무 협약식에서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왼쪽부터), 정용래 유성구청장,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유성구는 두 연구원에 지역 농산물 안전관리기준을 통과한 바른유성찬 인증 농축산물과 가공품을 구내식당 식재료로 공급한다고설명했다. 대전 유성구 제공
30일 대전 유성구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역 농산물(바른유성찬) 공급 업무 협약식에서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왼쪽부터), 정용래 유성구청장,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유성구는 두 연구원에 지역 농산물 안전관리기준을 통과한 바른유성찬 인증 농축산물과 가공품을 구내식당 식재료로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대전 유성구 제공
대한민국의 ‘지역’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의 지방소멸 2018’(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에 따르면 3463개 읍면동 가운데 1503개, 228개 시군구 중 89개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에 속한다. 특히 인구, 매출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이와 함께 저출산 문제가 맞물리면서 지역이 소멸하는 흐름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지역 활성화에 힘을 쓰는 곳이 있다. 경남 진주, 충남 서천 등에서 열정 가득한 청년들이 지속가능한 ‘촌 라이프’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농촌과 도심의 공간을 연결해 지역 농산품의 브랜드를 구축·판매 중이다.

경남 진주 팜프라, 다음 세대를 위한 ‘촌 라이프’ 인프라 구축

한 청년이 청운의 꿈을 안고 머나먼 아프리카 땅으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의 뒷골목에서 목도한 풍경을 처참했다. 그곳에서 아이들의 인권과 기아, 가난에 관심을 갖게 된 청년은 한국으로 돌아와 미래를 위한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시작한 농사일, 그리고 농촌은 열정만으로 덤벼든 청년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야심차게 시작한 농사를 실패하고 1년 만에 임대한 땅에서 쫒겨난 청년은 세계로 눈을 돌렸다. 세계의 청년 농부들은 어떻게 지속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청년은 그 후 7년간 14개국을 다니며 각 국의 생태공동체, 농장, 농업교육기관 등에서 그들의 주고, 시스템, 기술, 도구, 가치 등을 배워왔다. 그 과정은 ‘파밍 보이즈’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인디서울 2017’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했다. 파밍 보이즈의 주인공은 바로 경남 진주 ‘팜프라’의 대표 유지황 씨다.

팜프라는 촌에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싶은 청년 300명을 대상으로 설물조사를 하여 청년들의 농촌생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유 대표는 청년들이 촌에서 생활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는 팜프라의 사업모델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청년 농부들의 주거 해결을 위한 코부기 프로젝트, 자본금 없이도 지속적 농사가 가능한 청년 농부 수익모델인 쑥대밭(커뮤니티 농장), 팜프란(사육부터 판매까지 구조화된 양계 사업) 등은 물론 청년 농부들의 커뮤니티 구축과 팜프라 학교 등을 통한 소프트웨어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농촌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진 열정 어린 청년들이 모여 스스로 배우고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농촌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성과가 다시 청년들에게 촌에서 열정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 이 선순환 구조야말로 팜프라의 모토다.

에너지, 식량, 기술 등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서로 배우고 실현하기 위해 청년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개인의 삶을 존중해 배려하고 협업하며 지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팜프라의 사업 정신과 사회적 가치는 소멸해 가는 농촌의 삶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서천의 한산모시-한산소곡주, 전통 향토 자원의 산업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

충남 서천군 한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시는 예로부터 품질이 우수하고 섬세해 밥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모두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한산모시’는 현재 제작 과정이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돼 있으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도 등재됐다.

한산소곡주는 백제 시대의 궁중술로 백제 유민들의 아픔을 달래준 서천 한산면의 전통술이다. 조선시대 과거길에 오른 선비가 소곡주에 사로잡혀 과거 날짜를 놓쳤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나다.

이처럼 훌륭한 전통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모시와 한산소곡주는 브랜드화, 현대적 제작·판매 시스템 부재 등의 문제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서천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산모시와 소곡주의 산업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산모시의 경우 2007년 한산모시산업특구를 지정한 이래 한산모시 현대화, 전통한산모시 육성사업, 체험관광사업, 모시식품 활성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으로 평균 대비 210%의 일자리 창출, 200%의 창업 증가, 198%의 경제적 효과를 올렸다.

한산소곡주는 그동안 소규모 개별 양조장으로 운영되던 것을 한산소곡주 통합 브랜드를 구축하고 기업화를 지원하는 등 지역 단위 협력체계로 융복합산업화를 추진했다.

특히 서천군은 최근 한산마중물 주식회사, 친환경청년농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에게 기술을 공유하고, 청년들의 지역 정착과 창업·창직을 돕고 있다. 덕분에 지역 경제와 산업은 물론 지역민들과 공동체도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대전 유성구 유성바른찬, 도농협력으로 지역 농산물의 인증 브랜드 구축

대전 유성구는 도농협력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국가 푸드플랜의 일환으로 진행된 유성구의 로컬푸드 브랜드 ‘유성바른찬’은 대표적인 도시형 로컬푸드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 했다.

이후 브랜드를 확고히 구축하고 인증 관련 신뢰도를 확보해 대전시 최초로 지역 영유아에 친환경급식지원(영유아 친환경 급식꾸러미 공급, 450개소 1만7000명)으로 먹거리 공공성을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 유성푸드통합지원센터의 건립으로 생산, 유통, 복지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 로컬푸드 선순환체계를 확립했다. 지역생산과 지역소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개발실, 실습실, 교육장 등을 갖춰 지역민 교육과 취업을 지원하고 청년들의 창업 지원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8년 기준 바른유성찬과 연계된 지역 농가들은 총 14억 원의 소득 증대 효과가 있었으며, 단순히 로컬푸드 공급을 넘어 가공식품 개발 공급, 직매장 운영 등에도 효과를 얻으며 관련 분야 고용 창출도 늘었다.

지역민과 청년 취업 및 창업 교육도 효과를 보고 있다. 로컬푸드 가공 관련 취업 및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취업 12명, 창업 7개팀, 강사활동 10명 등의 성과를 얻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지역의 균형발전, 사람, 공간, 산업

지역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지역의 혁신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단위의 정책과 대규모 지원과는 다른 의미로 중요하다. 실제로 그 지역 사람들이 자기 지역의 산업을 일으킬 때 작지만 진정한 지역 활성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지역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은 25일부터 27일까지 전남 순천에서 열리는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에서 전시, 영상, 사례발표, 체험 등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공감#공기업 감동경영#균형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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