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장, 독립운동가 손자에 욕설”…시장 측 “욕설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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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0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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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하는 허경성-이창숙 부부. 사진=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제공
시위하는 허경성-이창숙 부부. 사진=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제공
독립운동가 허위 선생의 이름으로 지은 광장과 누각을 동네 명칭으로 바꾼 데 반발해 허위 선생 친손자가 20일 1인 시위에 나섰다. 왕산 허위 선생 가문은 3대에 걸쳐 1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대구에 사는 친손자 허경성 (93)-이창숙(88) 부부는 이날 경북 구미시청 정문 앞에서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변경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이와 관련, 장세용 구미시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허 씨 부부와 시장실에서 15분 동안 면담했으나 고성을 지르는 등 갈등만 빚었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측은 장 시장이 40여 초간 말다툼하는 사이 짧은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 시장 측은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허 씨가 시위를 벌이는 것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장 시장이 남유진 전 시장의 결정을 뒤집고, 갑자기 지명을 변경해서다.

앞서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은 2018년 3월, 사업비 58억 원을 들여 구미시 산동면 신당리 국가산업 4단지 안에 3만㎡ 크기의 물빛공원을 조성했다. 구미사업단은 공원 안에 8000㎡ 규모의 광장과 누각을 지어 구미시에 공원시설물을 기부하고 운영권을 넘겼다.

남 전 시장은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광장과 누각의 명칭을 허위 선생의 호인 왕산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장 시장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장 시장은 “인물 기념사업을 태생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역명 산동면을 따 산동물빛공원, 산동광장, 산동루로 명칭을 변경했다.

또한 구미시는 해당 공원에 설치된 왕산 가문 독립운동가 14명의 동상을 구미시 임은동 왕산기념관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위 선생의 생가 터에 조성된 왕산기념관은 물빛공원으로부터 15㎞ 떨어진 곳에 있다.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구미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내고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국가산업4단지 물빛공원의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변경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전병택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구미의 역사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왕산 선생의 이름을 따 지었는데 이를 바꿨다”며 “주민공청회로 결정한 사안을 장 시장과 일부 주민 의견을 이유로 바꾼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구미시는 “산동면 주민 350명이 명칭을 지명으로 변경해달라는 진정서를 내 변경했고, 이를 한국수자원공사에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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