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신원 내가 찾다니…인생 참 모를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9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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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원 국과수 법유전자과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강필원 국과수 법유전자과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인생 참 모를 일입니다.”

19일 오전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만난 강필원 국과수 법유전자과장(56)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신원을 자신이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강 과장은 “경찰이 우리한테 의뢰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에 남아 있는 유전자(DNA)를 분석하다 수감 중인 무기수(이춘재)의 DNA와 일치하는 결과가 나와 놀랐다”며 “DNA 일치 결과를 경찰에 통보하니 경찰도 놀라더라”고 말했다.

강 과장은 1991년 12월에 국과수에 채용됐다. 국과수가 당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여파로 DNA 분석 전문가를 처음 채용했는데 강 과장은 ‘제1기 DNA 분석관’으로 국과수와의 인연을 맺은 것이다. 같은 해 4월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마지막 10번째 피해가자 발생했는데 당시 국내 DNA 분석 기술은 전무하다시피 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강 과장은 “내가 국과수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는데 30년 가까이 지나 유력 용의자의 신원을 내 손으로 직접 찾아내게 되니 이게 정말 소설 같은 얘기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DNA 분석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강 과장은 “감정물이 30년가량 지난 것들이다 보니 묻어 있는 분비물 등을 분석하기가 매우 힘들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소보다 훨씬 세밀하게 분석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DNA 감정 업무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했다. 국과수가 1년에 50만 건이 넘는 DNA 감정을 하는데 분석관은 전국에 70여 명뿐이라고 한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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