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화성 연쇄살인’ 수사팀장의 확신…“인정하게 돼있어”
더보기

‘화성 연쇄살인’ 수사팀장의 확신…“인정하게 돼있어”

뉴시스입력 2019-09-19 14:29수정 2019-09-19 14:29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50대 용의자, 경찰 1차 조사서 혐의 부인
당시 수사팀장 "지금은 죽어도 자백 안해"
"DNA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능력의 증거"
"지금은 부인해도 법정서 인정하게 돼있다"

“인정하게 돼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씨가 경찰 1차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했다는 말에 이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하승균(73) 전 총경은 이렇게 말했다.

19일 오전 뉴시스와 통화한 하 전 총경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전날 밤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뉴시스 포함,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가 쏟아져 잠을 거의 못 잤기 때문이다. 형사 인생의 ‘한’으로만 남을 뻔했던 사건의 용의자가 발견됐다는 기쁨과 그가 실제 범인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할 수 없다는 허탈함과 분노에 잠을 설치기도 했을 그였다.

이미 한차례 인터뷰를 한 하 전 총경이지만 ‘DNA 일치’라는 강력한 증거 앞에서도 이씨가 혐의를 부인했다는 소식에 다시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주요기사

“아휴, 당신(기자) 같으면 자백하겠어? 죽어도 안 하지. 증거를 코 앞에 대도 난 모른다고 하지. 왜? 교도소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할 거야. 공소시효도 끝났고 했는데 처벌도 못하고. 그런데 (지금은) 부인을 하더라도 법정에서 인정하게 돼 있어.”

하 전 총경은 10차례의 화성 살인사건 가운데 1986년 12월 4차 사건부터 1990년 11월 9차 사건까지 현장에서 수사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1991년 4월3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인 2006년 4월2일을 앞둔 같은 해 2월 퇴직했다.

그는 “이 얘기는 당신이 되게 중요한 보도를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DNA 수사기법 발전의 효시가 된 사건을 들려주기도 했다. 하 전 총경은 이 사건을 “8차, 9차 사이”라고 말했지만 대외적으로 ‘8차 사건’으로 분류된 13세 여중생 살인사건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 8차(1988년 9월16일), 9차(1990년 11월15일) 사건 사이, 화성 사건 전반에 걸친 현장 근처 자기 방 안에서 죽은 여자 아이가 있었어. 방 안에서 죽었으니 화성 사건과 수법은 다르지. 그 사건을 수사하다가 강간·살해당한 피해자가 깔고자던 요(이불)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음모가 채취된 거야.”
당시 국내에선 분석 기술이 발달되지 못했던 탓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이 이 음모를 가지고 일본을 갔다고 한다.
“음모를 일본에 가서 분석해 보니까 일반인의 음모·모발보다 300배 이상 많은 구리, 아연 이런 금속성이 검출된 거야. 무슨 소리냐면 마약 복용한 사람이 석달 지나도 머리나 음모에서 채취해보면 마약 성분 나오잖아? 그렇듯이 이것도 300배가 일반인보다 많은 거야.”

범인이 금속성분들과 가까이 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의 인물이라는 추론이 가능했던 것이다.

“20여년 전 시골이 뭐 다른 거 있어? 경운기, 자전거, 오토바이, 중고차 등 수리소나 정비공장. 그런 곳 있는 사람들이 쇠 깎으면서 코로 들이마신 것이 음모라든가 모발에 (일반인의) 300배 이상으로 나오는 거야.”

수사 끝에 결국 붙잡은 이 사건의 범인은 실제로 경운기 수리센터에서 일하는 남성이었다고 한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의 한 자택에서 잠을 자던 여중생 박모(당시 13세)양이 윤모(당시 22세)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언론보도에 나온 윤씨의 직업은 용접공이었다. 이 사건은 8차 사건으로 분류는 됐지만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난 바 있다. 또 화성 연쇄살인 사건 모방범죄라는 분석도 있지만 하 전 총경은 “모방범은 아니다”라고 했다.

“자백도 받았어. 이 사건이 DNA 수사기법을 발전시키는 아주 획기적인 시초가 됐다고. 효시가 됐다는 거지.”

피해자의 옷에서 채취한 DNA와 이씨의 DNA가 일치했지만 어디까지나 수사초기 단계이고,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씨가 자신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하 전 총경이 확신을 하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이야 무조건 부인하게 돼 있지. 그런데 중요한 건 DNA라는 게 세계적으로 공인된 증거능력이 있다는 거야.”

한편 이씨는 지난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현재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약 4년7개월간 총 10차례에 걸쳐 부녀자 10명이 차례로 강간·살해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86년 9월15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의 한 목초지에서 하의가 벗겨지고 목이 졸린 71세 노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됐으며, 공소시효는 2006년 4월2일에 만료됐다.

당시 한 해 경찰 205만여명이 수사에 투입됐고, 수사 대상자도 2만1280명에 달했다.

하 전 총경은 이날 오전 경기남부경찰청을 찾았다. ‘혹시 수사본부에 합류하시느냐’고 물었다.

“아냐 아냐. 수사본부 브리핑하는데 후배들 격려 좀 해주려고 갔다가 기자들이 전부 나한테 몰려들어서, 후배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그래서 도망나왔어. 자 끊어요.”


【서울=뉴시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