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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가 어때서?[오늘과 내일/신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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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가 어때서?[오늘과 내일/신연수]

신연수 논설위원 입력 2019-09-19 03:00수정 2019-09-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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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줄고 노인은 늘어… 노인 일자리 더 많아져야
신연수 논설위원
일자리 통계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5만2000명이나 늘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1.4%로 8월 기준으로는 1997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다.

취업자가 늘고 고용률은 올랐으며 실업률은 떨어지는 등 일자리와 관련된 3가지 주요 지표가 모두 ‘맑았다’. 정부는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서비스업에서도 일자리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예상대로 전반적인 일자리 환경이 나아진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8월 취업자 증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60세 이상 노인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45만2000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39만1000명으로 87%나 된다. 65세 이상도 52%다. 올봄부터 취업자 수가 늘기 시작한 이래 계속돼온 추세다. 취업자 수가 늘지 않을 때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취업자가 늘기 시작하니까 이번에는 ‘노인 일자리만 늘어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문제를 잘못 짚은 것이다. 최근 노인 취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해 15세 이상 인구는 총 33만5000명 늘었는데 이 중 32만8000명(98%)이 65세 이상이었다. 60세 이상이 55만 명 넘게 늘어났고 59세 이하는 오히려 22만 명 줄어 인구수를 깎아 먹었다. 젊은이는 줄고 노인은 늘었으니 늘어난 취업자 대부분이 고령자인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젊은층의 일자리 사정이 나빠진 것도 아니다. 40대를 제외하고 20, 30대 등 거의 모든 연령층의 고용률이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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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 ‘정부가 세금을 풀어 만든 일자리’라는 비난도 나온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노인들의 형편을 생각하면 비난만 할 수는 없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7%로,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등이다. 연금을 받는 노인이 절반도 안 되고, 받는 연금도 월 40만∼50만 원 수준이어서 생활비에 턱없이 모자란다.

정부는 2004년부터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사회 참여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확대해 작년 51만 개에서 내년에는 74만 개로 늘어난다. 사회서비스형과 시장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루 2∼3시간 일하고 월 27만 원을 받는 1년 미만 일자리가 가장 많다.

설사 일자리라기보다 복지에 가깝다 하더라도 그냥 통장에 20만 원 꽂아주는 것보다는 하루 2시간 가벼운 일이라도 하고 20만 원을 받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노인들 입장에서나 훨씬 의미 있고 인간적이지 않은가. 그래선지 정부가 계속 숫자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자에 비해 일자리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한다.

지금은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더 늘어나지 않아서 문제다. 내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와 그 후속 세대의 은퇴가 줄을 이으면서 팔팔한 노인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 저임금 일자리로는 크게 부족하다.

시니어들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학력 퇴직자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노인 일자리’가 더 많이 필요하다. 마침 어제 정부가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하며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일자리 통계#노인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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