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이동국의 변함없는 열정, “여전히 공부하는 특별한 경험, 난 행복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18일 05시 30분


세월은 흐르고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전북 현대의 이동국은 골을 넣고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전임 최강희 감독 때보다 출전기회는 줄고 들쑥날쑥하지만 여전히 그는 K리그1에서 가장 무서운 공격수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세월은 흐르고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전북 현대의 이동국은 골을 넣고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전임 최강희 감독 때보다 출전기회는 줄고 들쑥날쑥하지만 여전히 그는 K리그1에서 가장 무서운 공격수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코어 1-1로 팽팽하던 후반 37분, 문전 혼전 중 볼이 흘러나오자 베테랑이 달려들었다. 번뜩인 오른발 킥, 전광판에 2-1 홈 팀의 리드를 새긴 그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크게 벌린 뒤 천천히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이동국(40)이 K리그1 전북 현대의 본격적인 가을 스토리를 열어젖혔다. 이날 경기에 앞서 경남FC와 혈전 끝에 3-3으로 비긴 2위 울산 현대가 주춤한 틈을 전북은 놓치지 않았다. 추석 연휴에도 1만5700여 명의 팬들이 녹색물결을 이룬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은 상주 상무를 격파하며 울산과 격차를 한 경기로 벌렸다. 전북은 승점 63, 울산은 60이다.

결승골을 뽑은 이동국의 얼굴은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었다. 홀가분함과 짜릿함이 동시에 묻어나왔다. 전주를 찾은 아들·딸에게 ‘자랑스러운 슈퍼맨’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쁨은 배가 됐다.

뒤늦은 한가위 휴가를 보내던 중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이동국은 “경기 하이라이트를 영상으로 봤는데, 내가 평소보다 훨씬 기뻐하더라”며 멋쩍은 웃음을 터트린 뒤 “늘 새로운 축구를 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걸 배우고 또 채우고 있다. 뜨거운 함성을 토해내는 팬들을 보면 나태해질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 가치를 증명한 베테랑

“킥오프를 앞두고 몸을 풀기 위해 잔디를 밟을 때부터 소름이 돋았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많은 분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고 선명하게 보였다. 특별한 날, 특별한 만남에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현장에 가족도 있었다. 한 건 했으면 했는데 지켰다. (세리머니를 하며) 얼마나 기뻐하던지 표정에서 보였다. 확실히 뭉클했다.”

이동국이 이전에 마지막 골 맛을 본 시점은 7월 14일이었다. 울산과 시즌 두 번째 대결이었다. 1-1 무승부로 끝난 이 경기에서 그는 전반 초반 선제골을 넣었다. 그런데 이후 긴 침묵이 이어졌다. 6경기에 투입됐지만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조급해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팀이 이기지 못하면 아쉬움은 훨씬 크게 다가왔다. 상주전은 무조건 승점 3을 얻고 싶었다. 결전을 앞두고 울산이 경남과 비겼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간절함은 훨씬 컸다. “솔직히 마음이 복잡했다. 너무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던 건 사실 아닌가?”

결국 해냈다. 가슴 속의 부담을 이겨내며 진가를 입증했다. 후반 27분 최보경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값진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정확히 두 번 슛을 시도했고 이 중 한 골을 만들었다.

전북 이동국.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이동국.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두 자릿수 포인트는 계속

“무조건 우승이 목표다. 개인적으론 두 자릿수 득점은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 200골, 300골과는 다른 의미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매 시즌 그렇게 해왔다. 적어도 이 기록은 현역을 떠날 때까지 꾸준히 이어갔으면 한다.”

이동국의 올 시즌 포부다. 25경기에서 7골·2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1998년 포항 스틸러스 입단과 함께 프로에 데뷔한 뒤 공격 포인트 299개(222골·77도움)를 달성했다. 득점이든, 어시스트든 한 개만 추가하면 300번째 공격 포인트를 올리게 된다.

그 중 대부분이 전북에서 만들어졌다. 158골·48도움을 성공시켰다.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이 큰 힘을 보탰다. 가장 주춤했던 2017년에도 10골·5도움을 했다. 이동국이 두 자릿수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은 미들즈브러(잉글랜드)에서 K리그로 복귀할 때 안착한 성남 일화(현 성남FC)에서의 2008년(2골·2도움)이 마지막이다.

기왕이면 득점과 함께 ‘300’ 고지를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주전 결승포도 집념으로 만들었다. 지난 주 훈련에서 허벅지 뒷근육이 올라와 출전이 불투명했다. 회복과 치료에 집중하려 했는데,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뛰어줬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딱 하루 정상 훈련을 하고 결전에 임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잘 이뤄진 셈이다.

● 배움의 아이콘으로

“정말 특별한 시즌이다. 이전과 많이 다른 축구를 접하고 있다. 계속 배우고 있고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 어려움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 채움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더욱 강렬하다. 언제까지 뛸 수 있을지 몰라도 남은 시간, 내 모든 걸 쏟아내고 싶다.”

‘절대 왕조’를 구축한 전북은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이 떠나면서 시험대에 올랐다. 변화가 불가피했다. 선 굵은 축구가 빌드업 기조로 변했다. 이동국도 예외가 아니다. 후반 15~20분 교체 투입이 정형화된 과거와 달리 그의 출전시간은 전혀 종잡을 수 없다. 심지어 후반 추가시간 직전에 투입된 적도 있었다.

2~3골 차로 리드할 때도 출전기회를 잡아 추가골을 노리던 이동국은 항상 시간에 쫓기며 경기를 뛴다. 비기거나 지고 있을 때 흐름을 바꾸는 긴급 카드의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서운하지 않다. 전북의 공세를 막아내려는 상대의 밀집수비를 벗겨내며 찬스를 만들다보니 실력도 쌓인다. 배움에서 얻는 쾌감이다. ‘라이언 킹’은 여전히 진화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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