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과도한 선물 포장도 쓰레기… 수학적 사고로 줄여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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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은 추석을 맞아 일가친척을 뵙고 과일 등 여러 선물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명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반가운 추석 선물이 남기고 간 포장용지 등의 쓰레기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명절 기간에 가정에서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20%나 늘어났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상훈: 추석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뵙고 오랜만에 고모와 사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그런데 뉴스를 보니 연휴 동안 쌓인 쓰레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맞아. 우리 집 주변에도 연휴 기간에 쌓인 각종 선물세트 박스와 음식물 쓰레기가 참 많더라.

상훈: 선물 포장지를 없애면 쓰레기가 줄지 않을까요?

엄마: 지금도 예전보다 선물 포장이 많이 간소화되긴 했지.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배송의 편리함이나 내용물의 안전성을 위해서 포장은 필요한 것 같아. 포장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포장용지를 줄이는 방법은 생각해 볼 수 있단다. 수학에서는 포장과 관련해 여러 해결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거든. 최근 한 연구를 보니 포장용지를 줄이는 데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겠더구나.

○ 종이 자르기의 마술, 테셀레이션


종이는 생활, 예술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종이를 잘 접으면 동물이나 바구니 형태의 입체 모형을 만들 수 있고, 잘 자르기만 해도 평면에 아름다운 장식의 무늬 작품을 만들 수 있죠. 팝업이라는 기법을 통해 입체 책과 같은 재미있는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같은 양의 종이라도 잘만 자르면 넓은 면에 붙일 수 있습니다. 포장용지의 면적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죠. 예를 들어 봅시다. 다음과 같이 종이를 8×8개의 작은 정사각형의 격자가 되게 일정한 간격으로 잘랐습니다. 작은 정사각형의 각 꼭짓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합시다. 이를 그림과 같이 네 귀퉁이에서 잡아당기면 정사각형 사이에 다시 정사각형의 빈 공간이 생깁니다. ▶그림 [1], [2]

이렇게 하면 같은 양의 종이를 가지고도 더 넓은 면을 메울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정된 면적의 도형을 이용해 어떤 틈이나 겹침이 없도록 평면 또는 공간을 완전히 메우는 것을 ‘테셀레이션(tessellation)’ 또는 ‘쪽매맞춤’이라고 합니다. 위와 같은 종이 자르기도 빈 공간을 한 도형으로 생각한다면 테셀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혹 시중에 파는 원목 냄비받침 중에 일정한 모양을 실로 엮어 그림과 비슷하게 만든 걸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낱개의 사과나 배를 싸는 그물망 모양의 포장용지 등도 적은 양의 재료로 넓은 면적을 덮을 수 있도록 테셀레이션을 잘 활용한 예이지요.

이때 수학적으로 중요한 사실은, 처음 자른 종이가 가지고 있던 성질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패턴의 잘라진 선에서 이웃한 두 변의 길이는 서로 같습니다. 또 한 꼭짓점에서 네 조각으로 나누어진 네 내각의 합이 360도인 것도 알 수 있습니다.

○ 사각형 종이로 다양한 도형 덮기


이 종이 자르기 패턴을 확장해 조금 응용하면 곡선으로 이루어진 평면 도형이나 3차원 도형을 메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역으로 디자인하기’입니다. 수학에서는 종종 풀기 어려운 문제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정사각형 종이를 원 모양이 되도록 자르는 방법을 찾는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처음에는 원이 아닌 직각으로 구성된 정사각형 모양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웃하는 두 변의 길이와 잘린 네 조각의 내각의 합이 같도록 유지하면서 원 모양에 꼭 맞도록 각 정사각형을 조금씩 변형하는 거죠. 처음 모양을 계속 바꿔 원의 둥근 경계부분이 만들어지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조각을 수축하듯 사각형으로 만들어 주면, 원모양으로 자를 수 있는 패턴이 완성되는 겁니다.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문제 해결법을 찾아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 모양을 최적화하는 과정은 컴퓨터로 해결하면 더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계산과 알고리즘을 통해 가능하죠. ▶그림 [3]

이 밖에 달걀 모양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사각형이 아닌 종이를 자르면 더 다양한 곡선을 만들 수도 있죠. 반대로 곡선 모양의 도형을 잘라 직사각형을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 그림 [4], [5]

9일 환경부는 14종류의 명절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음식물 줄이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활동도 병행했죠. 구체적인 내용은 환경부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내 손안의 분리배출’을 참고하면 됩니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 왕도는 없습니다. 불필요한 물품의 소비를 줄여야 하죠. 오늘 배운 것처럼 수학적 접근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잘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쓰레기 문제를 수학으로 접근해 새로운 개념의 재활용품 분리수거 방식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쓰레기#재활용#테셀레이션#종이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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