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도 밀었다…역대 정치인 삭발 이후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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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7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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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News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News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는 사상 최초로 삭발한 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릴레이 삭발이 이어지면서 역대 삭발 이후 정치적인 효과가 과연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삭발은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통용된다. 정치권에서 삭발은 비장함을 내비쳐 지지자들에게 투쟁의지를 불어넣고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다만 역대 삭발투쟁을 분석한 결과 투쟁목적을 즉각 관철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정치인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첫 삭발 주인공은 1987년 당시 신민당 소속이었던 박찬종 전 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대선이 다가오자 김영삼(YS)·김대중(DJ)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했다.

당시 같은 당 소장파 의원들이 집단 삭발을 할 계획이었으나 박 전 의원이 대표로 나섰다. 단일화가 무산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박 전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서 13~14대 선거에 당선됐다.

2004년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설훈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삭발을 했다. 설 의원은 탄핵 철회와 지도부 퇴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다.

2007년엔 한나라당 김충환·신상진·이군현 의원 등이 사학법 재개정을 관철하기 위해 삭발에 나섰다. 결국 재개정안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입장 선회로 국회에서 통과됐다.

같은 해 이규택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경기도 이천)에서 하이닉스 공장 증설 불허에 반발해 삭발을 감행했다. 해당 건은 7년 뒤인 2014년 정부가 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증설을 허가하면서 헛된 노력이 되지 않았다.

2010년엔 세종시 수정안 결사 저지를 위해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자유선진당 소속인 류근찬·이상민·김낙성·임영호·김창수 의원과 현 충남지사인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삭발했다. 이들의 삭발투쟁 덕분인지 그해 6월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수정안은 부결됐다.

2013년에는 통합진보당의 김선동·김재연·오병윤·김미희·이상규 의원 5명이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반대하며 단체삭발을 감행했지만, 결국 당은 해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삭발 스타트를 끊었다. 박 의원은 올해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스스로 삭발하고 인증했다. 이후 이장우, 윤영석, 성일종 한국당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릴레이 삭발에 돌입했다.

이언주(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조국 임명 규탄“ 삭발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조국을 통해 86운동권 세력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그들은 수구세력이자 국가파괴세력” 이라고 말했다. © News1
이언주(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조국 임명 규탄“ 삭발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조국을 통해 86운동권 세력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그들은 수구세력이자 국가파괴세력” 이라고 말했다. © News1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반대하면서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일 삭발했다. 이어 박인숙 한국당 의원은 11일 삭발하면서 여성의원들도 삭발투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이처럼 삭발은 내부적(집토끼)으론 결연한 의지와 결속을 다지고, 외부적(산토끼)으로 지지기반 확산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강력한 투쟁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날 황 대표 경우에도 옆머리부터 삭발하는 과정에서 황 대표가 뜻밖의 외모를 연출해 젊은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커뮤니티 등에서 ‘김치 올드만(개리 올드만 패러디)’ 등으로 불리며 회자되고 있다.

다만 역대 삭발 투쟁 사례에서는 해당 정치인의 뜻이 즉각적으로 관철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정치적 효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정치적 개인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경향도 보였다. 이 때문인 듯 삭발 퍼포먼스를 비판하는 정치세력은 “구시대적”, “정치 희화화”, “약자 코스프레” 등으로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는 ‘조국 인사청문회 정국’ 이후 정치가 실종된 현 상황에서 현 정권이 이를 되살리지 않는 한 야당의 ‘삭발 릴레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이 아무리 정치를 하고 싶어도 청와대의 ‘오더’만 충실히 밀어붙이는 여당에 정치가 실종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야당은 극단적인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정치적 효과를 평가한다는 것도 맞지 않아 보인다”며 “현 정권이 되살리지 않는한 야당은 계속 삭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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