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靑 만류 일축하고 삭발투쟁 강행… ‘야권 결집’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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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파면” 제1야당 대표 첫 삭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6일 오후 5시, 청와대 앞 분수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네이비색 점퍼를 입은 채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황 대표 뒤에는 미리 삭발을 한 박인숙 의원 등 한국당 의원 20여 명과 당직자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오후 5시 7분. 황 대표가 점퍼를 벗고 미리 준비한 사무용 의자에 앉자 한 여성 미용사가 이발기로 오른쪽 옆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염색을 해 검은 머리였지만 기계가 닿자 흰 머리카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용사는 뒷머리, 윗머리 순으로 삭발을 했다. 황 대표는 머리를 깎는 동안 눈을 감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국당에서는 애국가를 틀었고 의원, 당직자들이 4절까지 합창했다. 같은 당 임이자 의원은 눈물을 글썽거렸고, 차마 못 보겠다는 듯 얼굴을 돌리는 당직자와 “황교안”을 연호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삭발식은 5분 정도 진행됐다. 황 대표는 삭발 후 안경을 쓰고 일어나 “이 정권에 항거하겠다는 저의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자정이 넘어서까지 청와대 앞에서 촛불을 켜고 연좌농성을 벌였다. 황 대표는 연좌농성 중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 대표가 삭발한 게 처음이라고 하는데, 국정을 책임진 정부가 이렇게 엉터리로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이날 삭발식을 한 것은 대여 투쟁 동력을 잃지 않고 야권 결집을 노린 나름의 승부수로 보인다. 지금까지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제1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을 한 적은 있지만 삭발 대여 투쟁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반(反)조국 국민연대’를 제안했지만 다른 야당의 호응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황 대표의 이번 결단이 야권의 결집과 대여 투쟁의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삭발은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 회의로 전환되자마자 최고위원들에게 “오늘 삭발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큰 결심을 하셨다”고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황 대표의 삭발 만류와 함께 염려와 걱정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강 수석은 (황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에게 ‘대통령 뜻을 전달하러 국회로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만나지 않겠다는 답을 받았고, ‘(삭발식이 예정된)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가겠다’고 말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삭발식 직전 분수대 앞으로 들어서는 황 대표를 만나 대통령 메시지를 전했지만, 황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조국을 사퇴시키라”는 말을 반복했다.

민주당은 황 대표의 삭발에 대해 “정쟁을 위한, 혹은 존재감 확인을 위한 삭발”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해야 할 것은 삭발이 아니라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머털도사도 아니고 제1야당 대표가 머리털로 어떤 재주를 부리려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오늘 이왕 머리 깎은 김에 군 입대 선언이라도 해서 이미지 탈색을 시도해 봄이 어떨까”라고 논평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조국 법무부장관#문재인 대통령#국회#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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