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항공마일리지-현금 섞어 결제’ 검토… 항공사들은 난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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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10년만 유효’ 위법성 조사


항공권 구매 시 소비자가 적립한 마일리지와 현금을 섞어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복합결제’ 제도 도입을 공정거래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해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항공사들은 일종의 보너스인 마일리지의 성격을 간과한 채 복합결제 방식을 무조건 도입하면 비용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6일 국회와 공정위에 따르면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현재 항공사 마일리지 약관상 유효기간 조항 등이 약관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한 것이 법 취지에 어긋나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최근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를 참고해 가능한 한 빨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국내 항공사들에서 마일리지 운영 실태를 제출받았다. 2008년 항공사들이 개정한 마일리지 약관에 따라 소멸시효가 10년인 마일리지가 올해 1월부터 소멸된다는 소비자단체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2008년 7월과 10월부터 적립된 마일리지에 10년의 유효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마일리지는 먼저 쌓인 마일리지부터 1년 단위로 소멸된다. 예를 들어 2009년에 적립된 마일리지는 2019년 마지막 날까지 사용 가능하며 2020년 1월 1일에 모두 소멸된다. 이를 적용하면 2008년 7월 1일∼12월 31일 적립된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2008년 10월 1일∼12월 31일 적립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2019년 1월 1일부로 이미 소멸됐다. 유효기간 제도 도입 전에 쌓인 마일리지는 소멸되지 않는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소멸을 앞두고 마일리지 사용처를 늘려 왔다. 항공권 구매나 좌석 업그레이드는 물론 여행상품과 호텔, 영화관, 렌터카, 놀이공원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좌석이 너무 적고 사용처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해왔다.

공정위는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해 놓고도 시효 정지가 가능한 경우는 약관에 넣지 않고 발권 후 10년이 지나면 무조건 마일리지가 사라지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 제재를 논할 단계는 아니고, 큰 틀에서 제도 개선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제도 개선안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최근 제출받고 관련 내용을 항공사와 협의하고 있다. 연구용역 개선안에는 △복합결제 도입 △신용카드로 쌓은 마일리지를 카드포인트로 역전환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 △마일리지로 구입 가능한 보너스 좌석 확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하게 검토 중인 복합결제는 해외 항공사들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일례로 미국 델타항공은 ‘전액 현금’ ‘전액 마일리지 차감’ ‘현금+마일리지’ 등 세 가지 결제 방식을 제시한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항공사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복합결제 방식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복합결제를 사용하는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1∼3년 정도로 짧거나, 같은 거리의 구간도 한국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공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2008년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 당시 공정위와 약관 및 유효기간에 대한 심의를 거쳐 합의했다. 이제 와서 문제라고 하는 건 기업 운영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변종국 기자
#항공사#마일리지#복합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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